세계지도 상에는 우리 민족이 2000년 이상 불러온 ‘동해(East Sea)’가 ‘일본해’로, 대한민국의 영토인 ‘독도(Dokdo)’는 ‘다케시마(Takeshima)’로 잘못 표기돼 있다.

동해와 독도의 이름을 되찾기 위해 그동안 정부와 학계, 민간단체는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여전히 국제사회에서는 잘못된 관행이 이어져가고 있다.

독도·동해 명칭의 국제 표준화 전략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와 전문가들을 통해 혜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East Sea’ 국제홍보대사 ‘동해연구회’
15년 전부터 지구촌 돌며 세미나 개최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지난 14일 미국 국방부 대변인이 한미 연합훈련 계획을 발표하면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현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아직까지 국제사회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는 것이 통용되고 있음을 알려준 뼈아픈 현실이다.

이런 시점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에 문제가 있음을 공론화하는 국제세미나가 내달 20~2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국제세미나를 주최한 곳은 정부단체가 아니라 민간단체 ‘동해연구회’이다.

1995년 이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지리학자·역사학자 국제법 전문가·외교관 출신 등이 모여 결성한 단체다. 주로 외국에서 ‘동해’ 홍보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벌써 15년 동안 묵묵히 힘써왔다.

▲ 박노형 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박노형(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 회장은 “전 세계를 돌면서 각 나라별 전문가들을 초청해 국제세미나를 매년 1회씩 열었다”며 “처음에는 누구도 관심도 갖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본해 단독 표기의 부당성’을 인정해주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국제사회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는 것은 세계지도나 해도(海圖) 제작의 기본 지침인 국제수로기구(IHO)의 방침을 따르고 때문이다. 유엔도 바다의 명칭에 대해서는 IHO 결정을 존중하도록 돼 있다.

박 회장은 “일본이 1929년 IHO에 ‘일본해’로 이름을 올렸다”며 “당시는 일제치하였던 때라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두 나라가 바다를 공유할 경우 명칭을 병기(倂記)할 수 있다’는 IHO 결의안(1974년) 근거를 봐도 단독 표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명칭 다툼이 있는 경우 당사자 간 합의로 해결하되, 해결이 되지 않으면 병기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한 유엔지명표준화회의(UNCSGN)와 전문가회의(UNGEGN), 국제수로기구(IHO) 등 국제기구에서는 동해 명칭에 관련해 분쟁이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병기를 채택하는 세계 지도제작사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이를

박 회장은 “일본해 단독 표기의 부당성에 대한 근거는 명확하고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동해·일본해 병기 사용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특히 “내년 11월까지는 ‘동해’ 문제를 연구하는 ‘워킹그룹’이 활동을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예민한 시기”라며 “‘워킹그룹’은 해당 국가가 모두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2012년 열리는 IHO 총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일본해’ 단독표기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하자, IHO는 이를 수용해 2002년 전 세계 바다의 경계와 이름을 규정하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 책자의 개정판(4판)에 반영하려했지만 일본의 강력한 정치적 움직임으로 중단됐다.

이후 2007년 5월 모나코에서 열린 IHO 총회에서 한국은 동해 명칭과 같이 합의가 되지 않은 바다를 모아 추후 ‘해양과 바다의 경계’ 제4판 2권을 내자는 제안을 했다.

일본의 반대로 즉각 수용되지는 못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워킹그룹’이 구성돼 활동에 들어갔다.

박 회장은 “국제사회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가 문제 있음을 인정하고 있지만 대부분 지도책에 잘못 표기된 ‘일본해’를 병기로 수정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단법인 동해연구회는 국제사회에서 ‘동해’ 지명을 연구·홍보하는 학술단체이다. ‘동해’ 표기의 역사성과 정당성에 대한 학술적 연구 및 조사, ‘동해’ 명칭에 관한 국제세미나 개최, 홍보물 발간 등을 통해 ‘동해’ 명칭을 국제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 최근 세계지도 상에 ‘동해·일본해’ 병기 표기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 세계적인 지도업체인 내셔널 지오그래픽(NG)이 인터넷 지도 서비스에서 병기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