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지난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비공식적으로 극비리에 방문해 국제사회를 깜짝 놀라게 했다. 17시간 동안 김정은의 1호열차를 타고 중국으로 달려가 5시간 40분 동안 시진핑과 회담과 만찬을 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하는 베이징대학교 근처에 있는 중관춘을 방문해 중국의 IT산업 발전상을 몸소 체험하고 김정은은 돌아왔다.

이는 선대 김정일의 방중 루트를 그대로 밟은 것이다. 또 17시간 1호열차를 타고 북한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포함해 총 34시간 기차를 타고 방중해, 5시간 40분 동안 시진핑을 만나야만 하는 무엇인가 김정은에게 절박함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중국도 그동안 김정은을 인정하지 않았던 입장에서 180도 자세를 전환해 북한 최고 책임자를 만나야만 하는 절실함이 상존해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북한에 시진핑의 특사로 대외연락부장 쑹타오를 보냈지만, 김정은이 만나주지 않아 체면을 크게 잃었던 중국은 쑹타오를 신의주로 보내 열차에서부터 김정은을 영접하는 특급대우를 펼쳤다. 

28일 양국에서 동시에 공개한 김정은의 방중 소식은 중국 CCTV에서도 30분 동안 시사프로그램에서 다룰 정도로 비중 있게 보도됐다. ‘방중 타이밍이 아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소제목으로 뽑으면서 김정은의 방중사실을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보도했다. 중국에서 언급한 방중시기의 절묘함과 중요성의 함의는, 4월말 남북정상회담과 5월에 예정된 북미 수뇌회담에 앞서 전통적으로 우호 관계가 돈독했던 북·중이 소원했던 관계를 일시에 회복했고, 중국이 염려했던 북한핵문제와 대륙간 탄도미사일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있어 소위 ‘차이나패싱’을 해결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양국의 실세들이 총집합해 중국 인민대회당에서의 회담은 공개된 김정은의 발언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 정세가 급진전되고 중요변화가 많이 발생해 정의상 도덕상 급히 시 주석에게 직접 상황을 통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방중 목적을 설명했다. 공개된 양국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북중 전통의 우호관계를 강조하고, 양국 간 고위층 교류 강화와 전략적 대화와 소통을 심화시키고, 교류를 확대한다”고 합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진핑이 2012년 집권한 이래 중국은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해 비판적이면서도, 서방세계의 제재와 압박에 점차적으로 동참하면서 북한을 고립무원의 세계로 몰아 부치는 것에 크게 보아 동참해 왔었다. 그런데 북한의 고립을 심화시키는 것보다는, 이번 김정은의 방중을 통해 그동안 한반도에서 누렸던 중국의 영향력을 반쪽에서만이 아니고 한반도 전역에서 새롭게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결정적 회담이 된 것이다.

중국이 비공식적으로 ‘중국패싱’을 염려해 회담을 제의했고 북한의 입장에서는 남·북, 북·미 회담을 성공리에 마치는 데 있어서 확실한 후견국을 챙기는 데 있어 중국이 필요했었는데, 때마침 중국의 비공식적 제의도 있고 해서 전격적으로 수용하고 대신 김정은이 방중하는 형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과 김정은은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말은 해놓고, 그 후과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양국과 협상하는 데 있어 협상력 제고를 위해서도 중국이 김정은 입장에서는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김정은은 미국과 대결하는 세계 2위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중국을 등에 업으면 트럼프의 무자비한 예봉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북한문제는 한·미, 북·중 구도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 관련자를 더 늘리지 않고 터널 속으로 들어간 것 같다. 터널 속에 더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얽히고설키고 해서 터널을 빠져 나오기 용이하지 않다. 4개국이 회담하고 보증하고 일본과 러시아에게는 통보하고 이해를 당부하는 형식으로 가야 한다. 접촉을 통한 해결이 유일한 방법이다. 남·북, 북·미 ,북·중, 중·미 접촉이 시작됐다.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단계적 동시적 포괄적으로 타결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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