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중국의 금년 최대정치 행사인 양회가 끝났다. 금번 양회의 특징은 시진핑 2기 집권체제의 공고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잖은 중국 관심자들이 전망했듯이 시진핑의 장기집권과 일대일로의 지속적 전개와, 192조에 달하는 국방예산을 확정하고 군사대국 노골화와 팽창을 통해 대외영향력 확대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중국몽이라는 시진핑의 장기적 꿈의 실현을 위해 경제에서도 미국의 공격적인 보호무역주의적인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먼저 정치적 분야에서 시진핑의 2기 집권체제 확립을 위해 측근들의 전진배치가 눈에 띠는 부분이다. 시진핑과 40여년간 정치적 동지 관계를 형성해온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시진핑 다음인 국가 부주석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시진핑보다 나이도 4살 많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 왕치산은 시진핑의 선친과 왕치산의 아버지가 같은 중국혁명동지이기도 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시진핑 자신을 위해 헌법을 고쳐 영구집권의 길을 만들었지만, 개혁개방 40년 동안 지켜왔던 제도와 규칙, 선배정치인들의 훈수들도 모두 무시하고 자기만의 왕국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보도와 같이 지켜왔던 7상 8하(67세 유임 68세 은퇴), 19차 당대회 내규까지 송두리째 파괴한 것이다. 이 내규를 지켰다면 이미 은퇴한 시진핑의 최측근 왕치산은 언감생심(焉敢生心) 감히 어떠한 말단의 국가직을 맡을 수도 없는 것이다. 왕치산의 등장은 당 중심국가인 공산당국가 중국에서 행정부로 대변되는 국가의 역할이 한층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 자명하며, 더욱 첨예하게 마찰이 예상되는 미·중 갈등해결에 있어 시진핑의 해결사가 될 것이다. 시 주석이 소장으로 겸임하고 있는 공산당 중앙외사영도 소조 부소장을 맡아 미·중문제 해결과 외교부문을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 밖에도 중국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군사분야에서 시진핑의 오른팔들인 쉬치량(許其亮) 현군사위원회 부주석과 장유사(張又俠) 장비발전부 부장이 공산당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 임명됐다. 군사분야는 아직 대략 700조에 이르는 미국의 군사비에 미치지 못하지만 3위인 러시아의 두 배에 이른다. 항공모함도 두 번째로 제작 완료단계에 이르렀다. 향후 미국과 대등한 군사적 대국으로 비약하겠다는 야망을 반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경제분야에서는 이젠 힘이 빠질 대로 빠진 리커창(李克强) 현 총리를 유임시켰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견제하고 지속적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 현 경제팀을 인정한 것이다. 리커창의 유임은 아직 중청단 출신의 부분적 건재의 의미이기도 하다. 시진핑 1기 출범 시 양대세력의 하나였던 중국공산당 청년단 출신들이 한직으로 물러나면서 2기체제의 태자당 출신을 정점으로 한 중국의 시진핑화가 표면적으로 공고화 됐다. 리커창 총리는 20일 폐막된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불리하다. 이런 전쟁에서는 승자가 없다”라고 말했다. 작년 미·중의 무역규모는 5800억 달러가 넘어섰다. 양국의 상호의존성은 나날이 증대되고 있다. 경제의 기초를 아는 사람은 미·중이 충돌할 것으로 보진 않을 것이다. 트럼프의 중국 철강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가 보여주듯이 중국은 나름대로 대책을 갖고 미국의 경제적 공격의 예봉도 피하려고 하고 있다. 이번 전인대회에서 철강3000만톤 생산감축 계획을 밝혔다. 이는 중국다운 발상이다. 미국공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생산 제품가격도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양회는 끝났지만 이제부터 중국은 거세게 몰아치는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맷집을 키우면서 할 말은 미국에 하겠다고 대든다. 그렇다고 미국 트럼프도 말 폭탄만 날릴 것 같지 않다. 한국의 현명한 스탠스(stance)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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