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3월 25~28일까지 김정은이 중국을 비공식적으로 방문해 북중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은 김정은이 북한으로 귀국하자마자 김정은 방중을 공식보도를 통해 인정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 전에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간단한 인터뷰를 본보에서 했는데 운이 좋게 맞아떨어졌다. 중국 한 분야를 관심 있게 살피다보니 부지불식간에 중국에 대해 감히 통찰력도 생기는 것 같다. 그만큼 양국은 한반도 분위기가 급변하다 보니 자국의 이익우선관점에서 불편했던 7년간의 냉담함을 풀고 전통적 선대의 우의를 과시하면서 정상회담을 통해 일거에 구름을 거두어 버렸다. 김정은은 이제 중국을 등에 업고 한국과는 4월 27일, 미국과는 5월 말이나 6월 초에 정상회담을 거침없이 갖게 될 것이다. 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은 큰 무기와 넘볼 수 없는 후견국을 갖게 됐으니, 더욱 과감하게 행동에 옮겨 서명이라는 종이 한 장보다는 체제보장과 경제적 지원, 종전선언을 평화체제로 옮겨 종국에는 북미수교까지 실질적인 이행과 담보를 받아내려고 할 것이다. 과정은 순탄치 않지만 정전협정당사국인 중국을 가장 큰 지렛대로 활용해 김정은은 목적달성을 위해 벼랑끝 회담전술도 마다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와 대화분위기가 싹튼 이 민족적 호기를 절대로 놓치지 않는 역사인식과 혜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 단순히 감성적 접근을 통해 우리 민족을 앞세워도 안되며, 주도권과 회담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강공만을 써서도 안되겠다. 정교하고 치밀한 한반도 평화정착 로드맵을 김정은에게 전달하고 허심탄회하게 그들의 걱정을 경청하고 그들의 합리적 요구를 이행하겠다는 담보를 제공해 줘야 한다. 분명 총론과 각론으로 나누어 남북정상회담에서 다루겠지만 정상 간에 총론에서 큰 틀의 합의를 최대한 이끌어 내야한다.

물론 비핵화가 가장 중요한 목전에 닥친 국제적 과제이지만 김정은이 한국과는 합의 사항이 아니고 미국과 논의해서 합의해야만 하는 사항이기에 한국과 깊이 있게 논의하고자 하지 않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안보문제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핵무기 문제는 한반도전역의 비핵화라는 이전의 남북합의수준에서 거론하고 북미회담으로 바통을 넘길 수밖에 없다. 각종 문화 교류와 협력사업, 경제협력사업에 방점을 찍어 협의하고 논의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한국에게는 현실적이다. 총론에서 비핵화를 논의하고 핵이 없는 한반도를 만들자. 그리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한국은 북미수교를 지지한다. 각론에서는 남북 간 인적 물적 경제적 문화적 등 각 방면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칭 ‘남북(북남)교류활성화 위원회’를 쌍방이 만들어 추진하는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 해낼 수 있는 것 또한 디테일이기에 금번 남북 정상 간 핫라인 개설은 디테일의 악마를 제거하는 데 요긴하게 작동할 것이다.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및 제2, 제3의 개성공단도 필요하다. 중국의 북경을 넘어 유럽까지 평양과 신의주를 거쳐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는 날도 상상해 볼 수 있다. 후대 자손들에게 전쟁의 위협에서 살지 말도록 해줘야 한다.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존재하지 않는 말로 만들어야 한다. 바로 통일이 어려우니 평화공존의 길로 가야 한다. 자주 남북이 접촉하다보면 문제점들도 발생하겠지만 그래도 접촉을 통해 변화를 이끄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정치얘기만 하지 않으면 관여하지 않는 대만과 중국 간의 교류의 모습이 부럽다. 실재적 교류가 시작되는 최초의 역사적 정상회담으로 평가되는 금번 남북정상회담은 세계가 주목하는 역사적 대사건이 될 것이다.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선언적 이벤트성이 되지 않는 실질적 결과를 도출하는 남북정상회담은 2018년 4월 27일 정상회담이라고 자신 있게 불리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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