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지헌 기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한미FTA개정 및 미국 철강 관세 협상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브리핑룸을 나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한미FTA개정 및 미국 철강 관세 협상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브리핑룸을 나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민주당 “핵심이익 지켜낸 것 매우 큰 성과”
한국당 “실패한 협상 애써 감추려 말아야”
바른미래 “기존 협약 대비해 얻은 것 없어”
민주평화 “자동차 산업 위한 특단 대책 있어야”

[천지일보=이지예 기자] 한미 당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결과에 대한 여야의 평가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27일 더불어민주당은 불리한 상황에서 국익을 최대한 지켜냈다는 평가를 내놓은 반면,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실효성 없는 협상 결과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한미FTA 협상 타결에 대해 크게 호평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의 국익을 최대한 지키며 동시에 한미 양국의 호혜적 이익 균형을 보장하는 합의를 도출했다”며 “불리한 상황에서 이뤄낸 값진 성과”라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미국산 자동차부품 의무사용, 한국산 픽업트럭 관세 연장, 미국의 안전기준 충족 수입차 대수 쿼터 확대 등은 자동차 수출입 구조상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철강 역시 영구히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수출 물량을 일부 감축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당초 미국이 발표했던 3개의 관세안보다 국내 업계에 유리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우리가 가장 우려했었던 농업시장 추가 개방을 막았고, 미국산 자동차 부품 의무사용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어마어마한 통상압력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핵심이익을 지켜낸 것은 매우 큰 성과라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친북정책 때문에 미국이 경제보복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던 것과 관련 “우리나라는 철강관세 면제국이 된 반면, 일본은 미국의 철강관세 유예 대상국에서 제외돼 25%의 추가관세를 부과 받게 됐다. 홍준표 대표가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해진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국당은 우리나라 제조업 근간이 흔들리는 실패한 협상이라고 평가했다.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는 ‘명분을 주고 실리를 확보했다’고 자평했다고 하는데 무엇이 명분이고 무엇이 실리인지 국민은 아리송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김 원내대변인은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25% 부과 기간이 2041년까지 늘어나면서 시장 진출이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며 “이번 협상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산 차량의 수입쿼터가 5만대로 늘어나 국내 자동차 업계의 판매 위축은 불 보듯 뻔한 일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나라 제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일자리 숫자가 대폭 줄어들 위기에 처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실패한 협상을 애써 감추려 하지 말고 국익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협상은 세계적 사업가 도널드 트럼프에게 밀린 것”이라며 “한국은 기존 협약에 대비해서 얻은 것이 없다. 협상의 자세 또한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태도조차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 의장은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가 오는 2021년 완전히 없어질 예정이었는데 철폐 기간이 20년 연장됐다”며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픽업 트럭이 없어서 잘 된 것이라고 하지만 잠재적인 수출시장 감소”라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에서 1년에 판매되는 자동차 중에 약 15%가 픽업트럭이기 때문에, 이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서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은 픽업트럭 개발을 추진해왔다”며 “그런데 이번에 합의로 25%의 관세를 물면서까지 픽업트럭을 수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미국 현지 생산만 가능해졌고, 그래서 국내 일자리 창출에는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솔직해져야 한다. ‘결과가 안 좋았다. 손해 본 것은 뭐였다’고 낱낱이 고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평화당 황주홍 정책위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농업분야 관련 ‘관세 레드라인’은 지켜냈지만, 축산물 수입 ‘비관세 레드라인’이 뚫렸다”며 “정부는 FTA 책상에서 오고가지 않더라도 비관세 분야 등 다른 분야에서 우회적으로 양보한 것은 없는지, 250만 농업인들에게 분명히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협상과정에서 타 산업을 지키는 것이 어쩔 수 없다면 지역 자동차 산업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날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미국이 요구하면 들어줘야 한다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됐다”며 “이번 협상은 미국의 일방적 요구로 개시됐고 협상과정에서 철강을 지렛대 삼자 다른 것을 줄줄이 넘겨줘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정부 주장과 달리 선방했거나 실효를 거뒀다고 보기 힘들다”며 “이런 협상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통상협상의 사령탑과 전략 교체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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