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우진’으로 분한 배우 소지섭. (제공: 피프티원케이)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우진’으로 분한 배우 소지섭. (제공: 피프티원케이)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서 아내 그리워하는 ‘우진’으로 분해

“재미없고 엉성한 모습, 실제 나와 비슷… 건강·패션 센스 달라”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회사원’ ‘군함도’ 등 남성미 넘치는 거친 액션과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배우 소지섭이 오랜만에 감성 연기로 돌아왔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의 ‘우진’ 역을 맡은 소지섭은 어린 아들과 함께 서툴지만 씩씩하고 밝게 사는 모습과 아내를 향한 순애보를 그린다.

지난 14일 개봉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 분)’가 기억을 잃은 채 ‘우진(소지섭 분)’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감성 판타지 멜로다. 수아가 세상을 떠난 뒤 홀로 아들 ‘지호(김지환 분)’를 키우며 사는 우진. 집 안 청소는 뒷전에 달걀부침은 태우기 일쑤다. 아내 없는 티를 내듯 단추도 엇갈려 끼우고 늘 아침 출근길은 허둥지둥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기억을 잃은 수아가 돌아오는 기적 같은 일이 생긴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우진’으로 분한 배우 소지섭. (제공: 피프티원케이)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우진’으로 분한 배우 소지섭. (제공: 피프티원케이)

 

소지섭은 첫사랑에 빠진 풋풋한 모습부터 다시 시작된 만남에 설레고 수아와의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은 절절한 깊은 눈빛까지 애틋한 연기로 보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지섭은 오랜만에 감성 영화로 귀환한 소감을 밝혔다.

“영화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 나와서 좋아요. 멜로,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가 오래간만에 만들어진 것 같아요. 영화 쪽에서 잘 안 만들어지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괜찮은 시나리오도 없고, 만들어진다고 해도 관객분들이 많이 보시지 않는 것 같아요.”

한국 영화계에서 멜로영화가 나온 건 정말 오랜만이다. 관객만큼 배우인 소지섭도 멜로라는 장르에 갈급했다. 그는 “이런 느낌으로 연기한 건 ‘오직그대만’이 마지막이었다. ‘지금만나러 갑니다’에선 친구에서 연인, 연인에서 부부 등 단계별로 나온다”며 “그런 관계가 고스란히 느껴져 진짜 설레기도 하고 상대 배우인 손예진과 같이 있을 때 행복하고 좋았다”고 회상했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우진’으로 분한 배우 소지섭. (제공: 피프티원케이)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우진’으로 분한 배우 소지섭. (제공: 피프티원케이)

 

하지만 처음부터 작품을 하겠다고 승낙한 것은 아니다. 원작인 소설이 베스트셀러인 데다가 영화로 나온 일본판도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 죽었던 아내가 돌아온다는 판타지적 설정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소지섭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는 거절했다. 머릿속에서 상상이 안 됐다. 한 아이의 아빠로 나오는데 주변에 아이 아빠가 없다 보니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더라”며 “그런 상태에서 하면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거절했다. 근데 전 작품이 좀 쌔서 힐링하고 싶었고 시나리오도 재밌게 읽어서 다시 생각해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우진’으로 분한 배우 소지섭. (제공: 피프티원케이)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우진’으로 분한 배우 소지섭. (제공: 피프티원케이)

 

“다들 힘들고 아이 키우는 거 힘들다고만 얘기하더라고요. 그런데 아이와 잠깐 촬영했지만 아이가 주는 행복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촬영하며 아이랑 놀아준 뒤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는 “‘지호’ 역을 맡은 (김)지환이가 남자아이다 보니 몸으로 놀아주는 걸 좋아해서 발을 거꾸로 드는 걸 좋아한다. 매번 해주니까 지치더라”며 “문득 내가 나이 들어서 아이가 생기면 이렇게 놀아줄 수 있을까 싶어서 좋은 사람 만나면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아이가 목적이 돼서 결혼하고 싶지 않다. 결혼해도 늘 아내가 1순위이고 싶다. 생각은 이래도 다들 현실은 안 그렇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우진은 모든 게 어설프고, 서툴지만 한 여자가 인생의 전부인 순정파다. 이런 우진의 모습은 소지섭과 비슷하다. 소지섭은 “대중들이 보는 제 이미지랑 나 자신을 바라보는 나는 다르잖다. 재미없고 엉성한 모습은 비슷한 것 같다”며 “우진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더 건강하고, 패션 센스가 나은데 제가 입금 전후가 다르다”며 웃었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우진’으로 분한 배우 소지섭. (제공: 피프티원케이)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우진’으로 분한 배우 소지섭. (제공: 피프티원케이)

그의 말처럼 소지섭은 작품 전후의 모습이 다르다. 온라인상에서 ‘소지섭의 입금 전후’ 사진이 한창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저는 재미있어하는 편이다. 예전에는 늘 저만의 색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비교해주시니 재밌더라. 그것도 제 이미지고 색깔이라고 생각한다”며 “항상 리즈시절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 모습이 나갔을 때 더 다양한 작품을 할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원작보다 더 좋다’라는 기대는 욕심인 것 같아요. 원작이랑 다른 색을 가진 영화니까 ‘괜찮은 영화다’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최근 극장에 가서 웃으며 나왔던 기억이 많진 않은 것 같아요. 자극적이거나 보면서 힘든 영화들이 많은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보면 오래간만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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