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영화 ‘7년의 밤’ 추창민 감독이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영화 ‘7년의 밤’ 추창민 감독이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광해’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추창민 감독

첫 스릴러로 새로운 스타일의 긴장감 선사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마파도’ ‘그대를 사랑합니다’ ‘사랑을 놓치다’ 등에서 섬세한 스토리텔링과 독보적인 감성의 연출력을 보여줬던 추창민 감독은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광해)’로 천만 관객을 사로잡고 대종상영화제 감독상, 최우수작품상 등 15개 부문의 상을 휩쓸었다. 장르를 불문하고 작품성·대중성을 고루 보여준 추창민 감독이 영화 ‘7년의 밤’을 통해 첫 스릴러 장르에 도전한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7년의 밤’은 한 순간의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 ‘최현수(류승룡 분)’와 그로 인해 딸 ‘세령(이레 분)’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 ‘오영제(장동건 분)’를 둘러싼 7년 전 진실과 그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정유정 작가의 베스트셀러 ‘7년의 밤’을 원작으로 하며,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 류승룡과 장동건이 주연을 맡아 관객들의 기대를 모았다. 원작 소설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탄탄하고 흡입력 있는 서사와 힘 있는 문체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천만 영화 ‘광해’가 주는 후유증 있었다

‘안전보다 실패’ 각오하고 소설 각색 결심

영화, 두남자의 대결 아닌 피의 대물림 얘기

세상엔 보기 싫어도 봐야 할 것들 있어

추창민 감독이 6년 만에 신작으로 인기 소설을 영화화한 이유는 뭘까. 추 감독은 “소설이 재밌었기 때문이다. 원작 정유정 작가의 후기 중 ‘사실과 진실 사이에 그러나가 있다’는 문구를 읽고 난 뒤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영화는 단순히 두남자의 대결이 아니라 피의 대물림에 관한 이야기다. 과거 고통을 줬던 현수의 아버지, 현재 고통을 받고 있는 현수, 앞으로 고통을 받을 현수의 아들 ‘서원(고경표 분)’ 등 3대의 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영화 ‘7년의 밤’ 추창민 감독이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영화 ‘7년의 밤’ 추창민 감독이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이어 “관객들이 빠른 속도감과 쾌감을 바랐을 수 있다. 그러나 저는 정 작가님의 말처럼 사실과 진실 사이에 있는 이면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며 “단순히 악이 아닌 그 안에 있는 또 다른 이면을 영화 속에 그려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두 남자의 지독한 복수를 통해 인간의 악에 대한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진다.

다음은 추창민 감독과의 일문일답.

-6년 만에 돌아왔는데 그동안 했던 장르와 다르게 스릴러로 돌아온 이유는.

좋든 나쁘든 ‘광해’의 성공이 저한테 주는 후유증이 있었다. 이후 영화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러다가 제가 지치더라. ‘처음부터 나를 흔들어 보자’라는 생각에 내가 전혀 못하는 새로운 작품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한편으론 ‘안전보다 실패를 각오하고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에는 선을 가지고 인간을 표현했다면 이번에 악을 가지고 악을 표현하려고 했다.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영화 ‘7년의 밤’ 추창민 감독이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영화 ‘7년의 밤’ 추창민 감독이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개봉을 하지 못한 이유는.

촬영 끝나고 편집본을 냈는데 이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듯 각자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가치와 의견이 갈린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고쳤는데 고친 버전이 누구 하나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여러 버전이 나왔다. 문제는 그럼에도 절대적인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결정하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또 후반 작업이 많이 소요됐고, 배급날짜를 잡아야 하는데 성수기에 틀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조율이 필요했다.

-최종적으로 나온 영화는 만족하는가.

만족이라기보다 적정선에서 조절한 것 같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영화를 본 관객에게 쉽게 다가오지 않는 장면도 있을 것이고, 어떤 부분들은 더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하나 같이 악하다. 성선설, 성악설 중 어떤 것을 믿는가.

이분법적으로 나누기 힘들지만 인간이 악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유 없는 선은 있어도, 이유 없는 악은 못 본 것 같다. 아이가 우물에 빠지려는 순간을 봤다면 누구라도 고민하지 않고 무조건 구할 것이다. 제 주변에도 나쁜 사람이 있다. 그들이 가진 악이 이유를 가진 경우를 많이 봤다. 악을 변명하거나 감싸는 게 아니라 ‘왜 저 사람이 악이 됐을까’ 하고 환기 시키고 싶었다. 이를 고민해본다면 또 다른 악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영화 ‘7년의 밤’ 스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영화 ‘7년의 밤’ 스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최현수, 오영제, ‘안승환(송새벽 분)’ 등이 악의 내면을 드러내는 존재인가.

그렇다. 모두 그런 존재들이다. 특히 안승환이라는 캐릭터는 ‘세령’의 간곡한 부탁을 외면했다는 사실만 놓고 봤을 때 매장당해야 할 인물이다. 그러나 안승환의 내면에 자신만의 사정이 있었다. 어쨌든 안승환은 반성했고 세령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서원을 지키려 한다.

-각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글을 형상화 시키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7년의 밤’은 좋은 소재이긴 하지만 내용과 형식이 영화로 만들기 만만한 작품이 아니었다. 텍스트를 영화화시키는데 진짜 많이 힘들었다.

-중점적으로 연출한 부분은.

소설 바탕에는 주인공이 운명과 싸우는 이야기가 깔려 있다. 이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운명이라는 게 단순히 역경이 아니라 물려받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피를 물려줘야 하는 핏줄에 관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자기는 최선을 다하지만 최악의 선택을 하는 바보 같은 인간의 이야기다.

-‘7년의 밤’은 어떤 영화인가.

이 영화는 기존의 작품보다 편하게 보기 힘든 영화다. 보기 싫은 장면을 봐야 하고, 영화가 끝난 뒤 조금 더 고민하고 의미를 되새기게 될 것이다. 세상엔 보기 싫어도 봐야 할 것들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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