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사, 美서 방북결과 설명
정의용 “별도의 北입장 있어”
北, 이례적으로 美비난 안 해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북한이 미국과의 전향적인 대화 의지를 밝히며 대미 특사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모닝포스트(SCMP)는 8일 익명의 한국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번 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여러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며, 여기에는 김여정을 미국에 특사로 보내는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김정은에게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전할 메시지가 있으며, 이 메시지의 내용은 파격적이고, 매우 특이하다”며 “미국이 이를 대중에게 발표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 실장은 미국에 북미회담을 위한 북한의 조건을 전달할 것”이라며 “김정은이 그의 동생을 한국에 보냈던 것처럼 미국에도 보낼 의향을 갖고 있을 수 있으며, 김여정은 현재 북한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을 이끌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지난 6일 김정은 방북 결과 브리핑에서 “미국에 전달할 북한 입장을 저희가 별도로 추가로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미국으로 출국해 2박 4일간 방미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들은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귀국 전 백악관에 들러 북한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미국 측에 북미 대화에 나설 것을 직접 설득할 계획이다.
앞서 정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의제로 미국과 대화할 뜻이 있으며,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할 것이라고 약속한 사실을 공개했다.
하지만 ‘별도의 메시지’가 어느 정도의 비핵화 의지를 담았는지가 중요하다. 언론에 발표한 것 이상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남북 합의 6개항 외에 북·미관계 진전을 위한 김 위원장의 ‘회심의 카드’가 될 수도 있어 북·미 대화에 임하는 북한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한편 대북특사 방북 이후에도 북한 매체는 특사에 대한 보도도 자제하면서 연일 지속하던 미국에 대한 비난도 자제했다.
이날 정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미국을 방문하는 상황에서 굳이 미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은 지난해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강한 대미 비난을 쏟아낸 것에 비교하면 이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