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과로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운송업 종사자 2명 목숨잃어
“매년 300명, 과로로 사망”

특례업종 ‘무제한 근로’ 논란

해외, 1일1주단위로 시간규정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 지난해 12월 A항공사 소속 운송업체 직원인 B(50대, 남)씨는 회사 출근 직후 작업복을 갈아입던 도중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평균 10일에 가까운 기간 하루 12시간 이상의 연장 근무와 회사의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 강도 상승이 원인이었다. B씨는 구급차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B씨의 가족들은 그가 사망하기 전부터 여러 차례 “직장을 그만둬야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2. 지난해 10월 경기도 안양에서는 집배원 C(40대, 남)씨가 자신이 일하던 우체국 앞에서 몸에 휘발유를 끼얹은 채 불을 붙였다. 전신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급히 옮겨진 그는 끝내 목숨을 잃고 말았다. C씨의 동료에 따르면 그가 일했던 지역에 배달물량이 급증하는 등 업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인원 충원도 없이 C씨는 모든 업무를 스스로 처리해야 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C씨의 죽음을 과로로 인한 순직으로 인정했고 C씨 가족들의 유족보상신청을 승인했다.

직장에서 과도한 업무로 인한 과로사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가운데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무제한 근로’ 논란의 특례업종 5종이 존재해 여전히 과로사를 막기엔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1일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과로사 OUT 대책위원회(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300명이 넘는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8일 국회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단계적으로 적용되며 사업장 규모별로 300인 이상 사업장·공공기관은 오는 7월 1일부터,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부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각각 시행된다.

‘무제한 근로’ 논란을 일으켰던 특례업종은 현행 26개에서 5개로 축소했다. 하지만 육상운송업(노선버스업 제외),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찬무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무제한 근로’ 논란의 특례업종 5종에 대해 언급하며 “이번에 축소되지 않은 5가지 업종은 오히려 더 시간 규제를 받아야 될 업종”이라고 했다.

또 그는 “해외 사례로 보면 차량 운행 시 1일, 1주 단위로 노동 시간이 규정돼 있다”며 “우리나라는 연속 휴식시간, 휴게시간 등의 내용들은 다 규정돼 있는 반면 여전히 해당 업종에서 무제한 근로 연장을 할 수 있도록 남겨놓은 상태”라고 꼬집었다.

공공운수노조가 제시한 ‘국가별 운전자에 대한 근로시간 규정’을 살펴보면 유럽연합(EU)과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1일 근로시간을 9시간으로 동일하게 정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일본 9시간(2일 평균), 호주 10시간, 미국 10시간(여객)·11시간(화물) 등으로 기록됐다.

이어 국가별 1주 단위 운전시간은 일본 40시간(4주 평균), 미국 60시간(4주 평균), 호주 72시간 등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한국은 1일부터 2주 단위 운전시간이 특별히 규정돼 있지 않아 무제한 노동의 별미를 남겨둔 상황이다.

특수 업종인 택배, 우체국 노동자 등의 종사자들은 장시간 노동으로 안전을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가장 고위험군인 노동시간 특례 59조 적용 대상자들은 2015년 통계청 기준 약 820만명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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