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청운대교수, 정치학박사, 문화안보연구원 이사 

 

지난달 25일 평창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경기일정을 마치고 폐막됐다.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한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한에 앞서서 천안함 폭침 주범론으로 인해 나라가 시끄러운 것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히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주객이 전도돼 북핵문제로 전쟁의 개연성까지 거론되는 현 한반도 안보상황을 외면하고 지엽적인 이슈로 본질이 호도(糊塗)되거나 정치공세로 전도(顚倒)된다면 이것은 북한 김정은의 오만까지도 키울 수 있다. 어차피 피해갈 수 없는 북한의 핵·미사일에 관한 안보문제가 ‘포스트 평창’에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김영철 방한반대시위는 적절했다.

김영철은 과거 천안함폭침사건(2010년 3월 26일)에 연관 있는 책임자로 당시 총정찰국장이었다. 물론 북한정권이 보낸 특사이기도 하고, 유엔과 미국이 방문을 승인한 인물이므로 일방적 기피자로 낙인찍어 거부할 수 없는 게 정부의 입장일 것이다. 그런 자가 북한의 대표단장으로 방문함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통일로가 아닌 비정상적인 군사도로를 통해 우회하게 한 것은 과거와 다른 우리의 자존심을 세운 것으로 평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에서 김영철을 직접 만났고,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문제를 원론적인 수준을 넘어 구체적으로 ‘2단계 북핵폐기론(선동결 후폐기)’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북 양자대화’를 통해 전격적인 북핵문제를 해결하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자리에서 김영철은 북미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고, 북한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는 것은 의전용이라도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2단계 북핵폐기론이 자칫 기만전술의 시간벌이를 해주는 것은 절대로 안된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변화에 미국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면 생산적인 대화의 출발이 가능하다고 미북 직접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리고 26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오찬에서도 전제조건없이 “미국과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고 말한 것으로 재확인했다. 27일에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호텔에서 조찬을 했고 비핵화를 전제한 미북회담 주선의지를 강조했다고 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이후 일관성있는 북핵문제에 대한 해결의지가 제재와 압박, 대화와 협상 그리고 군사적 압력 등 전방위적으로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미북대화’의 첫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2003년 북핵 6자회담이 시작한 이래로 북한이 이처럼 저자세로 나온 적은 없었다. 최근에 외신을 통해서 김정은 정권이 유엔대북제재에 흔들리는 미동이 감지되고 있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더 바짝 숨통을 조이되 불똥이 안 튀도록 간접적인 스탠스를 취하면서도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해 비핵화의 목표를 달성해야만 한다. 북핵이 ‘미국만을 향한 것’이라는 궤변(詭辯)에 추호라도 귀를 기울이면 결국 남남갈등에 불을 지르게 된다는 점에서 단호한 ‘선 비핵화 후  평양방문’의 확고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김영철은 평양에서 감지할 수 없었던 한국사회의 강력한 반핵정서를 느낄 수밖에 없었고,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집권세력의 대남전략의 한계를 직시하고 갔을 것이다. 따라서 그의 방문전후로 요란했던 야권과 보수단체의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은 협상력을 제고하는 전술적 측면에서 매우 유용했다고 사료된다. 과거 미국 케네디 대통령 시절에 ‘쿠바미사일사태’도 알고 보면 미국민의 한목소리와 강력한 군사옵션드라이브로 해결한 선례가 있다. 김영철이 폐막식에서 가져간 것 “무조건 비핵화”라는 선물이 김정은에게 잘 전달되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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