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청운대교수, 정치학박사, 문화안보연구원 이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6일 종교지도자 모임에서 “북핵문제는 북미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핵 해결을 위해 압박도 해야 하지만 선제타격으로 전쟁이 나는 방식은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 “우리 동의 없이 한반도 군사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미국에 단호히 밝혔다”고 말한 얘기가 이른바 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이다.

그러나 당시에 문재인 정부의 이런 북핵관련 외교기조가 관심도 받지 못했고, 심지어 조소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런 관점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의 개폐회식을 명분으로 북한의 특사인 김여정과 김영철을 방문하게 하여 불확실성을 극복한 외교적 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미국도 한국정부가 주도적으로 작금의 한반도 상황진전을 이끌어낼지 예상치 못한 것으로 감지된다. 아무튼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운전석에 앉아있다는 것이 실감나는 상황이지만 아직은 비포장길이라는 관점에서 안전운전을 해야 한다. 북한이 한국의 진보정권에 우호적인 점도 작용한 듯하다.

궁극적으로 ‘북한 비핵화’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국가존망이 걸린 매우 엄혹한 현실이기 때문에 절대로 외교적 수사(修辭)나 특정인의 업적용 합의문 따위로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북핵과 관련한 북한의 과거행태를 분석한다면 과거 1985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했고, 1991년에는 ‘남북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합의’를 발표해 우리 국민까지도 완전히 기만했다. 그러다가 1993년 느닷없이 ‘NPT를 탈퇴’하면서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갖게 하더니 2002년 ‘핵 동결해제’를 발표했을 때 이미 극비리에 핵개발에 대한 실험적 개발추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이때도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개발 능력을 무시했다.

옛 속담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2003년 8월부터 북핵 1차 6자 회담이 열렸으나 문제해결은 고사하고, 공산주의식 담담타타(談談打打) 회담전술에 걸려들어서 오히려 북핵 개발의 시간만 벌어준 꼴이 됐다. 그런 북한이 2005년 ‘북핵 보유선언’을 해버렸고, 오히려 북핵 보유의 진실공방으로 본질이 왜곡되는 어리석은 시간을 보내어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그러다가 북미 간 직접대화를 통해서 2005년 “북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계획 포기” 등의 6개항 ‘9.19 합의’를 도출했으나 현재 무용지물이 됐다. 북핵의 진행과정을 보면 1985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다가 1993년 탈퇴를 했고, 13년 만인 2006년 북핵 제1차 핵실험 도발을 감행했다. 결국 북핵 6자 회담은 의장국 중국의 이중적 회담운영행태로 북핵 개발을 방조한 ‘바보들의 회담’으로 전락했다. 중국의 전형적인 순망치한(脣亡齒寒) 정책과 북한의 핵·경제 병진정책에 당한 외교적인 실패였다.

2017년 9월 제6차 핵실험으로 이어지면서 한반도 비핵화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접근하고 있었다. 그런 북한이 갑자기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승부수를 던진 것은 상식을 초월한 제안이고, 이에 대한 큰 기대는 금물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벗어난 어떤 결과도 무의미하다. 더불어 한미동맹을 흔드는 어떠한 조건도 수용해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북핵 2단계 해법(선동결-후폐기)은 재고하고, CVID 방식으로 IAEA가 검증하는 가운데 ‘동결과 폐기’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김정은을 정상적인 국제사회로 유인해서 북핵 6국의 ‘정상회담’을 추진해 동북아 다자외교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중국식이든 베트남식이든 북한의 개방을 끌어내서 한반도의 주도권(initiative)을 틀어쥐어야 한다. 그것이 비핵화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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