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청운대교수, 정치학박사, 문화안보연구원 이사 

 

새해 첫날 날아든 북한 김정은의 신년사는 기대보다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김정은이 집권한 2012년부터 매년 육성신년사를 발표하는데 통산 대내정책, 대남정책, 대외정책 등의 순으로 구성되고, 신년사에서 제시된 과업은 북한의 향후 1년간의 절대적인 지시로 이행되는 것이다.

연설문에 대한 안보적 함의를 몇 개 사자성어(四字成語)로 표현하자면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 할 것이다. 즉 ‘도적놈이 오히려 매를 든다’는 뜻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거부하고 온갖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던 김정은이 모든 책임을 미국과 한국에 전가하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억지였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전형적인 공산주의 협상전술로서 ‘담담타타(談談打打)’를 포장한 평화대화공세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 대한 물타기전술을 시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일부 언급한 내용을 통해 적장(敵將) 김정은의 사고인지체계를 알 수 있기에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내용상 김정은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압박·고립을 체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핵무력 완성’을 위한 불가피한 역경으로서 미국의 핵위협에는 핵으로 맞설 수 있다는 핵국가임을 거듭 천명하면서 자신의 책상에 핵단추가 있어서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전쟁하지 못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리고 평창올림픽에 대해 침묵을 깨고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으로 남북대화를 제안했다. 이어서 김정은은 “무엇보다 북남 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하고 “정세를 격화시키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하며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여야” 한다는 말로써 다가오는 ‘한미연합 K/R(Key/Reserve)연습’을 미국의 핵전쟁도발로 왜곡비난하면서 중지시키려는 평화공세와 대외 선전전으로 역이용했다. 

이 주장은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도발을 자제할 테니 한국이 미국을 설득해 정례 한미연합연습 중지로 화답하라는 식의 한미동맹 갈등유발의 틈새공격을 벌인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정부가 ‘중지’보다는 ‘연기’를 미국과 협의 중이라는 유연한 대응은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분위기조성에 적절한 외교적 노력이다.

평화적 스포츠제전인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한미연합연습으로 미군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출격하여 연일 뉴스에 나오는 모양새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훈련은 늘 일정 조정을 한다”는 발언으로 정치적인 이유로 일정을 조정할 수 있으나 중단은 아니라는 융통성 있는 공식입장을 보여서 한미 간 이견은 없을 듯하다.

아무튼 적반하장식의 전술적 대화제의지만 일단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북한을 평창올림픽에 참가시키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상호 채널을 복원시켜야 한다. 3일 오후에 23개월간 불통하던 핫라인이 개통됐다. 철저한 회담 목표를 가지고 남북현안에 대한 상호문제를 풀어야 한다. 특히 평창올림픽이라는 첫 단추를 풀면서 반드시 북한 핵개발 백지화를 논의해야 한다. 절대적인 협상목표는 북한의 핵개발 백지화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화테이블에서 이산가족 재회문제, 남북한 문화 및 스포츠교류, 남북군사회담 등 각종 문제를 협상하는 자리로 발전돼야 하지만 타협이 불가할 때는 과감히 결렬을 선언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한미동맹을 이간질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어설프게 성과를 내려는 무모한 이면행위는 절대해서는 안 된다.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도 긍정적인 진전이라는 입장을 내놨다고 한다. 북한의 저의와 무관하게 역 담담타타의 전술로 역이용해서 허허실실(虛虛實實)로 국익을 챙기는 협상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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