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자유한국당이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3선의 김성태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뽑았다. 세 명의 후보가 나섰지만 결선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었으니 이만하면 동료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셈이다. 아니 어쩌면 김성태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또 친박 인사가 제1야당의 전면에 나선다면 국민이 어떻게 볼 것이며, 그런 자유한국당에 더 이상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하는 깊은 성찰도 있었을 것이다. 자칫 이대로 소멸될 수도 있다는 동료 의원들의 절박함이 묻어있다는 뜻이다.

‘젊은 심장’으로 보수를 춤추게 하라

사실 자유한국당의 현실을 보노라면 위기도 보통 위기가 아니다. 단순히 지지율이 낮다든지 또는 제1야당의 존재감이 없다는 등의 문제가 아니다. 당 지지율이나 존재감은 얼마든지 끌어 올릴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말 위기는 자유한국당에 미래와 희망을 일궈낼 동력이 없다는 점이다. 지지층만 보더라도 대구·경북이나 60대 이상의 노령층으로 점점 주변화 되고 있다. 게다가 덩치만 컸지 앞으로 더 좋아질 수 있는 어떤 모멘텀조차 찾기 어렵다. 이대로 가면 소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은 지금 그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대표마저 그 길의 선두에 섰을 뿐이다. 희망이 아니라 절망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지금의 자유한국당이 어디로 가야할지 명확한 좌표를 설정하고 ‘새로운 보수’의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홍준표 대표가 못한 아니 할 수도 없는 보수의 가치와 품격을 재정립해야 한다. 그래야 세대와 지역을 넘어 자유한국당의 변화와 새로운 보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김성태 원내대표는 먼저 세 가지 과제부터 풀어야 한다. 먼저 당내 친박계 핵심 인사들에 대한 청산 작업이 전제돼야 한다. 어물쩍 당 화합을 외치거나 또는 ‘정치보복’ 운운하며 매번 검찰과 맞서는 구태는 금물이다. 문재인 정부와 싸우더라도 먼저 내부의 적폐와 더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그것이 변화의 첫 번째 관건이다. 둘째는 낡고 고루한 ‘종북 좌파’ 등의 이념 타령을 그만둬야 한다. 아직도 ‘좌파세력과 애국세력’의 프레임을 꿈꾸고 있다면 하루빨리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이는 ‘극우정당’으로 가기에 딱 좋은 프레임일 뿐이다. 여의치 않다면 당 정강 정책을 바꿔서라도 ‘미래’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당을 젊고 역동적으로 만들기 위한 인재영입이 뒤따라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가 그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의 인물들이 중앙당을 장식하고 각 지역의 토호들과 기득권 세력들이 지방선거의 얼굴로 재등장한다면 자유한국당은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이요 그 후에도 희망이 없다. 그들은 석고대죄해도 죄를 씻지 못할 사람들이다.
이 세 가지의 과제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물론 김성태 원내대표의 1년 임기로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다. ‘대장정’을 시작하는 자세로 차근차근 당의 체질을 변화시키고 미래와 희망의 근거들을 하나씩 만들어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거대한 전환, 김성태 원내대표가 그 키를 쥘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