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공감이 가는 금언이다. 기업이든 정당이든 또는 정부든 간에 위기는 상수요 그 위기를 어떻게 돌파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존망이 달려 있다. 특히 정치의 경우 매번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위기와 기회의 상호관계가 가장 생생하게 표출되곤 한다. 따라서 지도자의 역할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정치이다. 우리는 이런 특징을 ‘정치적 리더십’으로 설명한다. 정치적 리더십의 역량에 따라 정당은 물론이요 정부와 국가의 흥망성쇠가 달라질 수 있음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대로는 어렵다 

다소 낯설기는 하지만 지난 10월 15일 치러진 오스트리아의 총선 결과가 적잖은 관심을 모았다. 연정에 참여한 보수적인 제2당 국민당이 제1당으로 우뚝 선 것이다. 사실 국민당은 그동안 점점 쇠락하면서 큰 위기를 맞고 있었다. 지난해는 극우적인 제3당인 자유당에 밀려 대통령 후보가 결선투표에도 나서지 못하는 참담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런 국민당이 마침내 제1당으로 올라 선 것이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국민당의 승리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물과 구도 그리고 이슈가 적절하게 반영됐다. 물론 가장 결정적인 것은 인물이었다. 지난 총선은 한마디로 올해 31세의 국민당 대표 제바스티안 쿠르츠를 새로운 지도자로 만들어 낸 하나의 ‘사건’이었다. 조만간 연정이 구성되면 세계에서 가장 젊은 지도자가 될 것이다. 쿠르츠는 진보적인 사민당과 극우 성향의 자유당 사이에서 특정 이념에 매몰되지 않았다. 그리고 국민당 개혁의 전면에 나서면서 좌우를 넘나드는 정책적 유연성까지 유감없이 발휘했다. 게다가 국민적 관심을 정치적 이슈로 묶어내는 탁월한 능력까지 발휘했다. 이를테면 자유당 전유물처럼 인식되던 ‘난민 문제’를 먼저 국민당의 것으로 만들어 냈다. 게다가 젊은 쿠르츠의 급부상은 구태의연했던 오스트리아 정치에 신선한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정치가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낸 셈이다.

보수를 자처하는 자유한국당이 위기다. 오랫동안 민주당과 양당 독점체제를 이뤄왔지만 최근에는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조차 미미하다.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그 디딤돌이 되고 있다. 게다가 험한 말까지 오가는 당내 분위기는 눈살을 찌푸릴 정도이다. 특히 홍준표 대표의 ‘거친 입’은 구태정치의 상징처럼 보인다. 도무지 그들과 ‘미래’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이것이 위기 중의 최대 위기가 아닌가 싶다.

마침 자유한국당이 오는 12일 원내대표 경선을 치른다. 어쩌면 자유한국당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원외에 거친 입까지 가진 홍준표 대표가 말할 수 없는 새로운 기회를 새 원내대표가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내대표 경선은 ‘친박 청산의 이정표’가 돼야 한다. 그리고 철저하게 ‘보수의 혁신’으로 가야 한다. 기존의 낡고 병든 역사를 걷어내고 ‘보수의 새로운 희망’을 일궈야 한다. 오스트리아 국민당은 말하고 있다. ‘젊은 피’가 어렵다면 ‘젊은 심장’으로라도 국민과 당원들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위기의 자유한국당, 다시 과거로 갈 것인가 아니면 미래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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