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 할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해명인 만큼 뭔가가 확실히 다를 줄 알았다. 박근혜 정부 때의 청와대가 무슨 짓을 했는지, 분노를 삭이며 모두가 지켜보지 않았던가. 이제 정권이 교체되고 지금의 청와대는 이전 정부의 청와대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달라져야 한다. 그것이 정권교체의 순기능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역사적인 ‘촛불민심’을 업고 청와대에 입성한 그들이 아니던가.

외교는 내치의 연장에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이 우리 파병부대를 격려한다며 UAE(아랍에미리트)를 방문했다. 좀 이례적이었지만 사전에 이렇다 할 설명도 없었다. 그리고 임 실장이 방문한 시점은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13~16일) 직전이다. 대통령의 중대한 외교 일정을 앞두고 청와대를 총괄하는 비서실장이 자리를 비운다는 것도 상식 밖이다. 게다가 청와대는 임 실장이 지난 9일 출국했는데도 하루 뒤인 10일 파병부대 장병 위로 차 특사로 파견됐다고 알렸다. 불과 한 달여 전에 송영무 국방장관이 파병부대 방문을 했는데도 다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그것도 ‘갑자기’ 파병 부대를 격려하러 가는 것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딱히 그 배경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청와대 해명은 벌써 몇 번째 말이 바뀌고 있다. 한 언론에 임종석 실장과 UAE 원전 책임자가 같이 앉아있는 사진이 공개되자 이번에는 청와대가 ‘양국의 파트너십 강화’가 목적이었다고 했다. 이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외교 채널도 아니고 대통령 비서실장과 왕세제, 그리고 원전 책임자가 앉아서 무슨 파트너십을 그것도 ‘갑자기’ 논한다는 말인가. 그간의 파트너십에 무슨 문제가 있었다는 것인가. 그러자 청와대는 또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을 했다. ‘박근혜 정부 때 서운한 일’이 있어서 임 실장이 이를 풀기 위해 방문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애초의 파병부대 격려는 거짓말이었으며 임 실장의 UAE 방문은 순전히 박근혜 정부 때문이란 얘기이다. 물론 그 ‘서운한 일’이 무엇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UAE의 원전 책임자가 배석한 이유와 관련해서 원전 문제도 얘기 했느냐는 질문이 쏟아지자 청와대 측이 이번에는 ‘당연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또 말을 바꿔 ‘추측성’으로 말을 한 것이지 원전 관련 논의는 일절 없었다고 말을 바꿨다.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여전히 오락가락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한병도 정무수석이 최종 입장을 밝혔다. 한 수석은 “UAE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증진 목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 간의 원전 문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그런 대화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의문은 끝이 없다. 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갑자기’ 강조하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갑자기 무슨 대통령 ‘친서’까지. 그간 무슨 큰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결국 관련 의혹을 재생산하고 부풀리게 만드는 본류는 청와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그렇게 망가진 것이다. 부디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달라도 많이 달라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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