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자신의 재신임도 묻겠다고 밝혔다. 오래 전부터 나왔던 두 당의 통합논란에 대해 안철수 대표가 사실상 정면돌파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혹여 우물쭈물 하다가 당내 큰 반발에 흔들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번은 확실히 달랐다. 당의 주체를 ‘당원’으로 명확히 하면서도 ‘통합’의 길을 열어놓고 그 길에 자신의 거취까지 맡긴 것이다. 자신을 던져 당을 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낯 뜨거운 몸부림들

사마천의 사기(史記) 중에 항우본기(項羽本紀)를 보면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고사성어 얘기가 나온다. 진(秦)나라 공격을 위해 직접 출전한 항우는 장하를 건너자마자 타고 왔던 배를 침몰시키고 싣고 왔던 밥솥조차 모두 깨트려 버렸다. 돌아갈 길을 스스로 막아버린 것이다. 이에 군사들도 죽을힘을 다해 적들과 싸워 큰 승리를 거뒀다는 얘기이다. 한 지도자의 의연한 결단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교훈이다. ‘더 높은 중도정치의 비전’과 ‘더 넓은 제3의 길’을 위해 안철수 대표도 자신이 타고 왔던 배를 가라앉히고 밥솥마저 깨버리는 결단을 내린 셈이다.

그러나 큰 결단에는 그만큼의 저항도 있기 마련이다. 특히 당내 일부 호남지역 의원들의 반발은 예상은 했지만 그 수준이 가히 천태만상이다. 중도세력 통합을 먼저 말했고 당의 외연확대도 앞장서 외쳤던 그들이 지금은 오히려 그 길을 가로막고 있다. 이해할 수 없을 뿐더러 그들의 초라한 변질에 그저 서글픈 마음뿐이다. 그리고 일부 의원들의 발언은 시정잡배들이나 하는 발언에 다름 아니다. 어찌하여 저들이 ‘제3의 길’을 가겠다고 했으며, 어찌 저들이 ‘호남 정치’ 운운했는지 그들의 실체가 궁금할 따름이다.

안철수 대표는 ‘제3의 길’을 천명한 그 원칙대로 ‘중도 통합’의 본류를 외면하지 않았다. 당내 일부 세력의 모멸에 가까운 비난과 저항에도 굴복하지 않고 ‘미래’와 ‘대의’를 택했다. 이제 남은 것은 국민의당을 떠받치는 당원들의 결의와 국민적 지지에 달려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더 가혹한 저항과 이탈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물러설 안철수 대표가 아니다. 이미 돌아갈 배도, 다시 밥을 지을 솥도 버리지 않았던가.

우리 정치는 정치인들도 인정하듯이 ‘3류’가 된 지 오래이다. 한줌의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해 어제의 동지를 내치는가 하면, 어떨 때는 자신들의 은인조차 짓밟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영토’가 조금이라도 침범을 당할 때는 배신도 서슴지 않는다. 마치 폭력배들의 세계와 너무도 유사하다. ‘안철수의 정치’는 그런 정치를 끝장내는 것과 맞물려 있다. 태산 같았던 진(秦)을 공략한 항우의 파부침주처럼 안철수 대표의 통합의 길도 양대 거대정당을 좌우로 밀어내고, 당내 저항 세력마저 떨쳐내고 ‘중도의 대지’에서 꽃을 활짝 피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