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 논설위원

 

폭풍전야인가, 아니면 국면전환을 위한 숨고르기인가. 평온한 듯하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한반도에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북한은 화성 15호 발사와 함께 국가핵무력이 완성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향후 몸값을 더 끌어올리기 위한 추가실험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북한이 이미 출구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 엇갈린다. 북한은 핵폐기를 의제로 한 협상테이블에는 절대 나오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다시 신형 SLBM인 북극성-3형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있다. 미국은 미국대로 한반도 상공에서 최정예항공전력이 총출동한 역대급 한미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현존 최강인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1개 대대급 24대와 최대 61t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B1B 랜서 등 한미 양국 항공기 230여대가 참가한 가운데 가상의 미사일 기지와 이동식 발사차량 등 북한의 핵심표적 700여곳에 대한 야간 정밀폭격훈련 등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미국은 이미 레이건함 등 핵추진 항공모함 3척을 동해상에 전개해 대규모 해상 훈련을 벌였다. 때마침 미국이 20여년 전 북한과의 전쟁을 계획했었고 승리를 확신했지만 미군과 한국 역시 막대한 피해를 입기 때문에 전쟁을 포기했다는 미 ABC 방송 보도가 나왔다. 마치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질주하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끝장이라도 보겠다며 북한과 미국은 계속 달려가려는 걸까, 아니면 무슨 드라마처럼 극적으로 반전을 보일 것인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다만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전쟁은 안 된다’는 인식은 확산일로인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위협 전술이 (오히려) 미국에 공포증을 일으키게 한다(Trump’s Scare Tactics on North Korea Scare Us).”

8일자(미국시간) 뉴욕타임스 사설 제목이다. 사설은 북한의 핵 무장이 과거 어느 때보다 훨씬 위험하고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미국의 군사 행동은 정답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외교적으로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북선제타격설 등 아슬아슬한 군사적 옵션이 거론되자 밥 코커 미국 상원외교위원장은 “트럼프가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며 극도의 경계심을 나타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 발언과 한반도 위기 악화를 한 데 묶어 트럼프 대통령의 ‘멘탈붕괴’라며 비난하는 언론도 있다. 중국도 기름을 붓고 있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코앞에 둔 시점에 왕이 외교부장이 북한에 대한 무력행사를 용납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핵·미사일 개발과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쌍중단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재차 촉구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워싱턴 정가에서는 위험한 핵가방을 트럼프에게 계속 맡겨놓아도 되겠느냐는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핵가방이란 유사시 핵무기 발사 버튼을 누르는 미국 대통령의 고유한 군사적 권한을 상징한다. 현실적으로 다른 누구도 임기 중 미국 대통령의 핵가방을 뺏을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위험천만한 군사적 충돌을 막을 방법은 없는가.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북한 스스로 대화무드로 나올 가능성을 상정해 본다. 유엔 및 IOC의 방북대화뉴스와 남·북 및 북·미 비밀접촉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간 ‘핵경제병진’ 정책이라는 유훈통치에 충실해온 북한이다. 핵·미사일이 만족스러운 수준이라며 이제 북한의 경제개발에 주력하겠다고 할지 모른다.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유엔의 대북제재에 탈출구도 모색해야 한다. 대북 초고강도 무력압박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김정은 북한노동당 위원장은 백두산에 올랐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신년사 내용이 어느 때보다도 주목된다.

숨막힐 듯한 지금의 초긴장국면을 풀어나가기 위한 해법은 무얼까. 우선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러내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의 참가와 내년 키리졸브 훈련 연기를 동시 검토해야 한다. 다음으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북한에 관한 공동성명’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자. 당시 두 정상은 “북한이 핵과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고 국제사회와의 공약을 준수한다면 북한에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그 연장선에서 외교적 노력을 벌이되 북한을 환한 대낮같은 국제사회로 이끌어내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북한은 쉽게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필자 생각에도 해결책은 북한과 미국의 국교정상화 즉, 북미수교 및 평화체제전환이라는 큰 보따리를 북핵과 맞바꾸는 패키지딜 밖에 없지 않겠나 싶다. 이를 위해 한국과 중국 등이 역사적인 오작교 다리라도 놓아야 숨통이 트일 것 같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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