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중국은 11월 17일 쑹타오(宋濤)당 대외연락부장이 ‘시진핑 특사’로 3박 4일간 북한을 다녀왔다. 그러나 북한은 11월 29일 새벽 3시 17분경 화성-15형 신형 미사일을 발사했다. 시진핑(習近平) 특사가 북한을 다녀 온 지 열흘도 안 되는 시점이다. 쑹 특사는 북한에 머무는 동안 김정은도 만나지 못했다. 사실상 특사가 빈손으로 귀국한 지 9일 만에 또 한방 맞은 것이다. 중국공산당 19차 당 대회를 설명하고 동북아의 가장 큰 현안인 북한 핵과 탄도 미사일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전달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이번 특사 방북으로 중국이 바라지 않았던 중국의 영향력도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는 상황이 노정(路程) 됐다. 체면을 중시하기도 하는 중국 입장에서 특사를 접견하지 않은 것은 물론 시진핑 말까지 듣지 않는 김정은을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양국관계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 봤을 때 중국의 주요 국가 행사 때마다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고 있어 내부적으로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고 있는 북한에게 하는 원유공급을 끊을 수도 없는 것이 중국의 처지이다. 대북원유중단조치는 북한과 남은 최후의 연결고리이며 영향력의 끝판왕이기에 그렇다.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에도 중국의 대북정책의 기조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유관국가의 자제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각각의 속셈은 다르지만 우리 정부의 대외적 기조와 맥락을 같이하는 부분이 많다. 결국 무력과 전쟁을 통해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북한의 전략적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핵보유국 지위 획득이다.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과 같은 비공식적 지위를 갖고자 한다. 안전보장상임이사국을 제외한 어떠한 국가도 공식적으로 핵보유국의 지위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누가 무엇이라고 해도 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도 그들의 전략적 목표인 핵보유국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다. 핵을 인정받고 미국과 담판을 통해 북·미 간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김정은 체제 보장을 담보 받는 것이다. 그리고 서방의 지원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중요성을 북한이 왜 모르겠는가. 그래도 열쇠는 미국이 갖고 있다는 것을 북한은 일찍이 간파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구두선과 같이 중국은 강조한다. 북한의 비핵화도 중국 입장에서는 중요하지만 그 앞에 평화와 발전(和平與發展)이 더 중요하다. 비핵화를 위해 중국 입장에서는 평화와 발전을 깰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꿈을 실현하고 공산당 창당 100년이 되는 2049년 시점에서 미국을 경제적으로도 추월하겠다는 것이다. 그 이전에 중국 주변에서 동란이 일어나면 중국은 국가의 모든 역량을 평화와 발전에 투여하지 못하고 결국 중진국 함정에 빠져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과정은 복잡하고 속셈은 다르지만 북한과 중국의 태도에서 억지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 상호존중하고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테이블에 앉아서 한반도의 꼬인 문제를 주도권을 잡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일단의 교집합을 발견할 수 있다. 중국은 주변이 평화로워야만 한다. 북한은 허장성세(虛張聲勢)이지 미국과 싸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한국도 평화적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갖가지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먹히지 않으니 답답해하고 있다. 북한도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목전이다. 한중 정상회담이 이번 달에 열린다. 평화의 분위기로 전환시켜 획기적 돌파구를 만들어야만 한다. 갈 길이 멀기에 한국 중국 미국이 북한에게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하면 안 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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