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한·중 간의 핫 이슈(hot issue)였던 사드배치 문제가 봉합(縫合)됐다. 묘하게도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양국 정부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재되면서 봉합이 공식화됐다. 정인영 청와대 외교 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90일간 비밀회동과 그 기간 동안 실무자들의 이견(異見) 해소 과정을 거쳐 한국 외교에 암흑처럼 드리웠던 크나큰 짐이 해소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이번 사드문제로 한국민은 중국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영역에서 한국에게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를 실감하는 중국의 실재(實在)를 엿보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중국은 필요해 따라 사안을 중요하게 만들어 내거나, 심지어 심각하게 한국의 주권까지도 훼손시킬 수 있다는 것을 한국민은 뼈저리게 인식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의 무자비한 위협성을 전 국민이 느꼈을 것이다.

중국은 알고 있었다. 한국이 독자적 사드배치를 통해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훼손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드배치를 침소봉대(針小棒大)하고 왜 이렇게 오래 끌면서 지금에 와서 봉합을 하게 된 것인가? 그것은 금번 봉합의 결과문에 나와 있다. ‘한국이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는다. 한국이 미국의 나토판 동북아 미사일 방어체제(MD)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라고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한때 중국은 한국이 약속(중국어: 承諾)했다고 외교부 대변인과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한국외교부의 항의를 받고 수정하기도 했다. 소위 3불을 약속했기 때문에 중국이 한국과 합의에 이르렀다고 관영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심지어 한국은 중국과 이면합의까지 한 것이 아니냐라는 국내 비판까지 받곤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약속 없다는 항의와 중국의 신속한 수정 발표로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

사드문제의 봉합 전까지 중국은 사드배치가 한국이 미국이 그리는 전 세계 미사일 방어체제 확립에 참여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안보협력을 넘어 동북아 군사동맹으로 발전돼 중국을 포위하는 미국의 대전략으로 발전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동남아에서부터 필리핀 대만 일본 한국에 이르는 중국의 포위선을 달가워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줄기차게 미국이 요구했던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 편입에 한국은 전략적 모호성으로 비켜가고 있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면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중국은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금번 봉합에서 한국은 약속까지는 아니지만 중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문서화 하는 데까지 동의하면서 중국의 우려를 최대한 해소하려고 하는 진지한 자세를 보인 것은 환영할 만하다. 사드를 추가배치하지 않고 종말모드를 중국으로 향하지 않을 것이고 북한의 미사일 방어에만 사용한다고 얘기했을 것이다.

중국도 인정하고 있듯이 이번 합의는 실질적으로 양국의 공동이익과 북핵 문제 해결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 측에서도 한국과 계속적으로 사드 문제로 마찰을 야기한다면 외교적 경제적 부문에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도 신정부가 들어서고 중국도 시진핑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마당에 사드 문제로 한국과 불편함을 지속해서 얻을 것이 많지 않다고 판단했다.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한국을 순치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을 차제에 우리가 명확히 인식했기에 한국의 역량과 그릇에 맞는 대중국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만 한다. 봉합은 글자그대로 실로 뜯어진 부분을 임시로 꿰맨 수준이다. 언제고 다시 그 부분이 터져 더 크게 꿰맨 부분이 훼손될 수 있는 것이다. 사드 가지고 재론을 크게 중국이 하지 않을 수 있지만 다른 영역에서 중국이 무모할 정도로 칼을 휘두르는 모습을 목도(目睹)할 수 있다. 이른바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잠재적 패권성(覇權性)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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