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선물을 받을 때도 기쁘지만 줄 때는 상대방의 선호도와 기호를 파악해 주면, 받는 사람이 기뻐하는 것은 물론 주는 사람도 행복하고 기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국제화시대를 맞이해서 각국마다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떠한 선물을 좋아하고 어떠한 선물에 대해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안다면, 상호간 친밀한 교류나 비즈니스에서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날로 부상함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중국인들의 선물 기호를 차제에 한번 생각해 보면 향후 중국 친구가 생기거나 그들과 사업하면서 편안하게 마음을 정(情)적으로 나누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평소에도 선물을 주고받고 할 수 있지만, 중국에서 ‘지에르(節日)’라고 부르는 날 전후에 선물을 준다면 의의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날은 우리말로 하면 국경일 또는 설날, 크리스마스 등을 포함하는 일체의 의미 있는 경축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이 연말연시이니 얼마 전에 지난 성탄절이나, 다가오는 신년, 설날 등도 넓은 의미에서 여기에 포함된다. 정을 나누고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친밀도를 상승시키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선물들로 추석전후로는 대표적인 것이 월병이다. 물론 중국에서 모든 선물의 범주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주류라고 얘기하면 가장 무난하다. 요즘은 연말연시이기에 가족이나 친구, 연인, 사업자 간 주고받는 선물 시기가 다가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호기를 통해 그동안 섭섭했던 감정을 푸는 기회로 활용해 보면 좋다. 

특히 얼마 전에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그들 나름대로 주고받는 선물이 있다. 크리스마스는 우리와 같이 쉬는 공휴일은 아니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서방의 사조가 물밀듯이 중국에 유입되면서 성탄절에 분위기를 느끼고 향유하려는 풍조들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시내 곳곳 상점에서 들려오는 캐럴송과 관련 상품들의 넘쳐나는 진열로 여기가 사회주의국가 중국이 맞는가 할 정도로 성탄 분위기를 느끼기에 부족하지 않다. 어느 측면에서는 한국보다 요즘의 중국이 더욱 활기가 있는 것 같다. 

공산당이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성탄절 이브에는 상대방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한다는 의미에서 사과를 주고받는다. 이것은 아주 재미있는 중국어 특유의 언어유희를 통해 적용되고 유사한 발음을 대입해 응용하면서 보편화됐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평안예(平安夜)’라고 중국말로 쓰인다. 평안한 밤이 되라는 의미구나라고 누구라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와 흡사한 발음을 갖고 있는 과일이 ‘핑궈(蘋果)’라고 한다. 한국의 사과이다. ‘평안예’와 ‘핑궈’의 첫 발음이 유사한 것이다. 평안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라고 사과 하나로 대표해서 주고받으면서 그들의 뜻을 전달하고 정을 나누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넉넉하게 하면서 종교적 색채를 느끼지 않으면서도 친근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중국 젊은이들은 요즘에 들어와서 이날을 축제로 여기면서 중국인 나름대로 문화 코드를 형성해 가고 있다. 

연말에 크리스마스 때 주는 선물이 있다면, 연초에는 신년과 설날인데 이때에는 홍빠오(紅包)라는 빨간 봉투를 주고받는다. 벌써 봉투라고 하니 눈치를 챈 분들이 있겠지만, 그것은 봉투의 의미로 한국에서는 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색깔을 달리 하지만 빨간 봉투는 돈을 의미한다. 중국 사람들은 자색이 복을 부르고 액운을 멀리 쫓아내는 색이라 굳게 믿고 있다. 빨간색에 담아주는 것으로 세뱃돈도 여기에 해당된다. 평소에도 결혼식 같은 축하금을 줄 때 홍색 봉투에 담아 마음을 전달한다. 표면에는 재(財) 복(福) 길(吉)을 써서 줌으로써 의미를 더욱 강하게 새기기도 한다. 홍색은 중국에서 오히려 아주 좋은 의미로 각광을 받는 색이다. 빨간색하면 한국같이 북쪽을 전혀 연상 시키지 않는다. 연말연시에 어떤 선물을 지인들에게 꼭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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