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지만 지금 한국사회의 가장 절박한 개혁 과제는 역시 ‘정치부문’이다. 단순히 의회의 영역을 넘어서 우리 정치사회 전반을 장악하고 있는 ‘정치적 적폐세력’의 기득권 구조와 패권적 언행, 그들의 공생 관계는 이미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한손에 움켜쥐고 있는 듯한 적폐세력의 농단은 곳곳에서 우리 사회를 치유 불능의 절망 속으로 몰아넣었다. 서푼 짜리의 ‘분노’가 아니다. 지금의 이 절망을 치유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에 있다

전직 검찰총장의 자녀가 모 대기업에 인턴을 하더니 이제는 그 대기업 법무팀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실력이겠지’ 하고 생각하면 속 편하다. 그러나 그것은 ‘바보들의 얘기’일 뿐이다. 취직 과정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는 이제 지켜 볼 일이다. 하기야 모 공공기업 신인사원 채용 때 적폐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얼마나 많이, 또 얼마나 집요했는지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정상의 비정상화’가 일상화 된 지 이미 오래 됐다는 뜻이다. 

오랫동안 우리 아이들이 왜 ‘헬조선’을 외쳤는지, 지난겨울 광화문광장에서 왜 촛불을 들며 목 놓아 외쳤는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들이 피눈물을 흘릴 때 대한민국은 무엇을 했으며 또 그토록 찾았던 ‘정의’는 어디에 있었는지 이제는 말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정치의 복원’밖에 없다. 정치가 비로소 제자리를 찾을 때 비정상이 죽고 정상이 살아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야 비로소 법도 제 자리를 찾을 것이며 언론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정치에 있는 법이다. 

그러나 그 정치의 영역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아니 거꾸로 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말로는 ‘혁신’ 운운하지만 실상은 그들이 ‘혁신의 대상’일 뿐이다. ‘보수의 혁신’을 외쳤던 사람들도 어느 샌가 ‘제 살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 정치인의 소신보다 정상배(政商輩)의 셈법이 더 빛나는 시절이다. 어디 이뿐인가. 국정감사장에서는 느닷없이 ‘색깔론’을 앞세워 청와대 권력을 모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청와대 비판의 논거가 고작 색깔론 수준이라니, 이 또한 이미 적폐가 돼버린 담론일 뿐이다.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당쟁과 파쟁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정치가 복원돼야 하며, 이러한 정치 영역을 바탕으로 하루빨리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을 옥죄고 있는 내우외환의 어두운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가. 그러나 정치인의 진퇴는 결국 ‘국민의 몫’이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서라도 그동안 켜켜이 쌓인 적폐들을 청산하고 그들의 제도적, 구조적 토대까지 걷어내야 한다. 정말 단호하고 집요하게 그리고 치밀하게 적폐청산에 집중해야 한다. 부디 이승만 정권 시절 군홧발에 짓밟혔던 반민특위의 눈물을 잊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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