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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논단] 김정은을 통제할 사람? 그 자신뿐
뉴스천지  |  newscj@newscj.com
2017.09.17 21: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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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수소폭탄과 중장거리 미사일을 펑펑 터뜨리고 쏘아 올리며 아무런 준비 없이 국제정치의 격랑 속으로 휘말려 들고 있는 북한, 그 중심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서 있다. 이제 벼랑 끝에 서 있으면서 절대로 스스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김정은과 북한을 제재할 힘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바로 그 벼랑끝 아래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쳐 놓은 안전한 그물이 쳐 있기 때문이다. 선대수령 김일성이 한국전쟁을 일으켰다가 간신히 기사회생한 트라우마가 있고, 아버지 김정일이 ‘고난의 행군’으로 질식사할 뻔 했던 악몽이 있는 것과 달리 김정은은 비록 ‘쪽박 정권’을 상속받았지만 큰 굴곡 없이 현재까지 줄달음쳐 오고 있지 않는가.

반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목표가 되고 있는 한국에서는 아직 갑론을박이 멈추지 않고 있다. 전술핵을 들여와야 한다느니, 미국의 전략핵으로 충분하다느니 참으로 ‘사공’이 너무 많다. 전술핵 반론은 이렇다. 미국이 전술핵을 감축한 이유는 군사기술 발전으로 전략핵의 정확도가 향상된 덕분이다. 멀리서 쏴도 정확하고 가까이서 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면 항공기 탑재 투하 폭탄인 B-61 계열일 텐데, 전략핵보다 대응도 빠르지 않다. 트라이던트 핵미사일은 한반도 해상 인근에 산재한 미국 핵추진 잠수함에서 발사하는데 30분 내로 쏠 수 있다. 미 캘리포니아 공군기지에서 평양으로 발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30분이면 충분하다. 가까이 있다고 꼭 신속한 건 아니다.

북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핵 억지의 관점에서 봐도 전술핵은 의미가 없다. 전술핵 도입은 미국이 결정하고 미국이 운용한다. 핵 억지 주체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일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공동운영 개념을 거론하지만 유럽에서도 발사의 결정권한은 미국이 가졌다. 미국은 북한 핵의 억지와 관련해 전략핵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정치인과 전문가들이 전술핵의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지만 군사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심리적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지만 한반도는 이미 재래식 군사력만으로도 공포의 균형 상태다. 미국을 위협할 전략핵이 목표인 북한에 전술핵은 억지 효과가 없다.

과거 한국에 전술핵이 존재했던 시절, 한때 많게는 950여기나 있었던 1960년대에 무장공비가 청와대를 노리고 침투한 1.21 사태가 일어나고 푸에블로호가 나포되고 울진·삼척 지구에 무장공비가 침투했다. 핵 억지 상황에서 전면전은 피할 수 있지만 제한전쟁은 일어날 수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카길 분쟁은 핵 보유 상황에서 벌어졌고, 핵을 보유한 중국과 인도는 지금도 국경분쟁을 겪고 있다. 한반도에서 여전히 우려되는 것은 제한전쟁이고 핵 억지가 재래식 분쟁을 예방할 수 없다.

그러나 전술핵 배치주장도 만만치 않다. 자유한국당의 국회의원들은 워싱턴까지 찾아가 전술핵 배치를 요청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한스 모겐소의 ‘공포의 균형론(balance of terror)’으로 북한의 핵을 억제할 유일한 수단은 우리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치열한 대치 주장은 먼 훗날 역사가 평가해 줄 것이지만 김정은의 강한 캐릭터가 단지 협박이 아닌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우리의 안보는 흥정으로 시간 허비할 일이 아니다. 묻고 싶다. 북한이 불을 지핀 ‘핵 게임’의 승자는 누가 될까. 김정은은 판돈만 키우고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가장 큰 이익을 챙긴 나라는 미국이다. 한·일 두 나라가 중국과 멀어지고 미국에 더 의존하게 됐다. 동북아에서 미국의 주도권이 커진 셈이다.

북한 체제는 핵과 미사일 외엔 가진 것이 없고, 정권 기반도 취약하다. 젊은 김정은도 죽는 게 아니라 절대권력을 유지하며 살아남는 게 최종 목표일 것이다. 우리가 더 강력하게 맞서면 이길 수 있는 게임이다. 현재의 위기를 북한 문제 해결과 대한민국 도약 기회로 만들 길은 얼마든지 있다. 분명한 사실은 김정은은 살기 위해 핵을 개발하고 있지 죽기 위해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이다. ‘고난의 행군’ 뒤에 간신히 살아난 북한 정권은 “천년을 두고 흘릴 눈물을 다 흘려 보았고, 천년을 두고 겪을 시련을 다 겪어 보았다.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으리라”(노동신문 2000. 10.3)고 피를 토해냈다. 이런 피의 교훈이 핵무기 하나로 김정은의 3대 세습권력을 지켜준다고 어디 ‘보장서’가 있냐고 묻고 싶다. 김정은이 올해 안에 자신의 로드맵이 완성되면 내년 즈음 개혁과 개방의 길로 갈 것이지만 부디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이 깃발을 내리는 불행한 날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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