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논단] 김정은의 손에 들린 핵무기의 3대 용도
[통일논단] 김정은의 손에 들린 핵무기의 3대 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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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김정은이 왜 핵무기에 집착하는가? 평범한 질문이지만 본질을 꿰뚫기는 쉽지 않다.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당면하게 대미 외교용, 둘째, 화급하면 대남 적화용, 셋째, 여차하면 대중 협박용이 그것이다. 물론 보는 전문가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김정은에게는 당면하게 체제 유지가 급선무다. 그래서 경제를 먼저 살려 내적 단결을 이룰 것인가, 아니면 핵무기를 보유해 외교적 레버리지로 활용하면서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얻어낼 것인가 고민하다가 결국 이 둘의 ‘병진정책’을 채택했다. 그러나 경제건설은 유보되고 핵무력 건설이 우선시 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북한이다. 두 마리 토끼를 쫓으려다 자칫 두 정책 모두 실패할 운명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한때 붕괴 초읽기에 들어간 나라로 여겨졌던 북한이 오늘은 세계의 주목을 받는 비공식 핵보유국의 명단에 다가가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심지어 맨해튼까지 수소폭탄을 날려 보낼 무기체계를 구축하는 중이다. 희한한 머리 스타일과 쉽게 발끈하는 성격이 비슷한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와중에 서로를 ‘로켓맨’ ‘늙다리 미치광이’라 부르며 험악한 말싸움을 벌였지만 다시 워싱턴 외교가는 ‘외교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와 달리 적어도 김정은은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평생 독재자였던 부친과 조부의 일생을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럼에도 그의 피에 흐르는 ‘독재자 DNA’는 미국과 전면전을 벌일 경우 북한에 닥칠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의 조부가 겪은 실패가 교훈이 되어 준다. 한국전쟁 당시 ‘전설적 영웅’ 김일성 장군은 미국의 포탄이 평양을 초토화할 동안 벙커에 기어 들어가 숨을 죽이고 있어야 했다. 그때의 공포를 알고 있는 그의 손자가 미국을 선제공격할 가능성은 낮다. 트럼프는 이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 김정은을 자극해 그 자신이 궤멸될 위기에 처했다고 믿게 하지만 않는다면 북한이 미국을 선제공격할 가능성은 없다는 뜻이다. 김정은에게는 전쟁 준비의 3대 요소인 군량미가 없으며, 더욱이 자신들이 미군이나 한국군을 상대로 싸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김정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김정은 가문의 역사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정권의 생존에 최우선 가치를 두는 김정은과 그 측근들은 미국과의 전쟁보다 국민을 세뇌해 노예로 만드는 데 능숙한 범죄 집단일 뿐이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 1950년 여름, 북한은 소련을 등에 업고 한국전쟁을 시작했다. 김씨 왕조 창업주인 김일성은 당시 38세의 소련군 대위 출신으로, 머리에 피도 안 말랐지만 고집 세고 호전적이었다. 지금 그의 손자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남침 전 스탈린과 비밀리에 회동한 김일성은 북한군이 남한을 급습하면 친공 성향 반군이 남한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나 북한군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일성은 또 남한 사람들이 자신을 받들기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 또한 일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김일성은 전쟁이 개시되면 북한이 사흘 만에 승리할 것이므로 미국은 개입도 못할 것이란 어이없는 관측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전쟁은 3년을 넘게 끌었고, 미국은 아직도 비무장지대를 지키고 있다. 어린 김일성은 남로당 원로 박헌영에게 속았고, 오늘 김정은은 외국 유학파로 그런 점에서 할아버지의 치명적 ‘실수’를 반복하지 말기를 우리는 바라고 있다. 물론 이렇게 해도 전쟁은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 김정은은 선대 지도자들과 결단과 용기면에서 더 과격하고 단호하다. 그는 부족한 리더십과 정통성을 핵무기 개발로 커버하고 있으며 한 발 더 나아가 전쟁도 불사할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럴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분명 나태한 것이다. 김정은은 성숙한 판단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상대다. 자신의 절대무기에 도취된 그는 한반도 전체를 손에 넣기 위해 그 무기를 사용하고자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리하게 전쟁을 벌였다가 처참히 깨졌던 조부의 역사를 생각해 볼 때, 그는 생각보다 제정신일 수 있다. 김정은 체제가 올해까지 비공식 핵무기 보유국과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ICBM 및 SLBM 완성이라는 자신들의 로드맵을 완성한다면 내년부터 경제발전으로 시선을 돌릴 것이다. 이른바 중국식 개혁 개방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모를까 그것이 내부 반발과 인민봉기로 이어질 조짐이 나타난다면 김정은의 선택은 자명하다. 다시 ‘전쟁’이라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은 김정은이 제멋대로 가능한 것이 북한 전체주의다. 북한이 투트랙이면 우리도 투트랙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문재인 정부가 대화를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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