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김정은이 “먼저 서울을 타고 앉아 남조선을 평정하라”고 지시했다. 지난주인 8월 25일 ‘선군절’ 날이었다.(선군절은 1960년 8월 25일 김정일이 처음 김일성을 따라 북한군 105 탱크사단을 방문한 날을 기려 2005년 선군절로 제정됐다.) 북한군의 군령권자인 총참모장 이명수 차수를 비롯해 이영길 제1부총참모장 겸 작전총국장, 육·해·공군 사령관들을 대동하고 최전방 백령도 앞까지 나온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지시여서 여전히 북한이 아직도 남한 공산화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해 주는 자리였다. 6.25 한국전쟁 때도 북한군의 최초 전략은 서울까지만 점령하는 것이었다. 한국전 초기 북한군 작전국장을 지낸 소련파 유성철 중장은 이와 같은 사실을 여러 차례 증언해 주었다. 물론 그는 이미 고인이 된 지 오래됐다.

왜 그랬을까. 그 당시 박헌영으로부터 남한 정세를 보고받고 오판한 김일성은 서울을 점령한 후 주요 입법 사법 행정의 요인들을 모두 체포해 국회청사로 모이게 한 후 국회를 열어 한반도 통일을 선언하면 한반도 전체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되는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역시 38살의 ‘청년장군’다운 애숭이 판단이었다. 하여 서울에 제일 먼저 입성한 조직이 정치공작대의 ‘모시기 작전’ 부대였다. 또 박헌영은 북한군이 서울만 점령하면 남한 전역에서 남로당원들 20만명이 들고 일어나 북한군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북한군이 서울에서 지지부진하는 동안 미군이 개입하고 UN군 파견이 결정됐다. 김일성의 꿈은 일장춘몽이 되고 말았다. 인민군이 다시 한강을 도하하고 대전에서 미 24사단장 딘 소장을 생포하며 기고만장할 때 이미 유엔군은 인천상륙작전의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묻고 싶다. 오늘 김정은이 영도하는 북한군이 과연 6.25 남침전쟁 때처럼 서울을 3일 만에 타고 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이것은 불가능이 아니라 불가사의라고 해야 할 것이다. 북한군의 보병은 휴전선을 돌파해 임진강을 건너기도 전에 청천강을 건너 후퇴해야 할 수준밖에 안 되는 오합지졸의 ‘영실군대(영양실조군대)’이며, 연간 비행시간이 15시간 밖에 안 되는 북한 공군은 연간 훈련 시간이 180시간이 넘는 우리 공군에 의해 하늘로 날아오르기도 전에 활주로 위에서 파리처럼 맞아죽어야 한다. 중국이 보는 남북한의 군사력 비교가 흥미진진하다. 즉, 중국은 남북한의 군사력이 해군은 100배, 공군은 10배, 육군은 1:1로 한국이 앞선다고 진단하고 있다. 솔직히 육군도 양적으로만 북한이 앞설 뿐 1:1이 아니라 우리가 서너 배 앞선다고 해도 누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이 북한군의 수뇌부를 이끌고 백령도 근해까지 나와 허풍을 떨고 있지만 서울을 다시 점령하는 북한군의 꿈은 영원히 이뤄질 수 없다. 김정은의 참수에 대한 공포와 북한 체제 상실의 악몽을 그런 식으로 해소해 보려 하지만 시간은 대한민국 편이다. 우리가 함경도를 먼저 통일한다? 얼핏 독자들은 의문을 가질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 뿌리내린 탈북민이 3만명을 넘어섰는데 그들의 70~80% 정도가 함경도 사람들이다. 우리 강원도 인제군 인구보다 많은 인구가 통째로 대한민국으로 와 통일국민이 됐다. 북한에 남겨둔 그들의 가족들 수십만명을 합치면 함경도 전체의 인구가 통일국민이 된 것이다. 하여 최근 탈북민 사회에서는 탈북민이 아니라 ‘탈북국민’ 내지 ‘자유민’으로 명칭을 바꾸자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탈북국민 너나 없이 북에 남겨둔 가족에게 송금해 그들이 쌀밥을 먹도록 도와주고 있다. 김일성 주석이 평생 해결해 주지 못한 이밥에 고깃국을 남으로 간 자녀들이 보장해 주고 있으니 함경도는 벌써 통일된 대한민국 지역이 아니냐 말이다.

하여 차제에 탈북국민 송금을 장려하자는 의견을 피력한다. 독일의 경우 ‘돈을 주고 자유를 산다(Freikauf)’는 과감한 정책으로 통일을 앞당겼다. 통일 전 서독은 동독의 정치범들을 서독으로 데려올 목적으로 현금과 현물을 동독 측에 제공했다. 당시 동독과 서독은 당국이 직접 나서지 않은 채 교회, 변호사 등 민간이 주도하는 사업으로 진행시켰고 언론도 협조해 철저하게 비밀리에 이뤄졌다.

1963년 첫 사업을 시작한 이래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던 1989년까지 이어졌는데, 서독은 3만 3755명을 송환한 대가로 34억 6400만 마르크(1조 8350억원)에 해당하는 현물을 동독에 지불했다. 탈북국민 송금은 단순이 그들의 가족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함경도를 모체로 북한의 시장경제는 급속하게 확산돼 평양을 위협하고 있다. 탈북국민 송금은 북한에 시장경제를 정착시키고 상인계층을 두텁게 하는 ‘자본주의화’의 원자폭탄이다. 왜 우리는 밤낮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전전긍긍하고 있는가? 당국자들이여! 탈북국민 송금의 핵무기를 이용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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