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봉 대중문화평론가

요즘 기대 이상으로 초등생들부터 20대 청년에 이르기까지 너도나도 배우나 가수를 희망하고 있다. 강남을 포함한 연기학원, 실용음악학원 등은 이러한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제법 비싼 수강료를 받고 입시, 기초, 전문가반을 운영 중이다.

몇 년 사이 참 많은 학생들이 배우나 가수가 되기를 희망하며 연극영화과, 실용음악과로 몰리고 있다. 최근 서울이나 수도권 전문대 실용음악과, 연극영화과 수시 경쟁률이 수십 대 일을 넘나들고 수도권 학교에 떨어지면 지방대나 서울에 있는 예술학교를 지원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취업 1번지로 통하던 경영학과, 법학과나 행정학과의 인기는 어느 순간 시들어가고 오히려 연극영화과, 실용음악과, 호텔조리과, 항공정비과 등 예술이나 취업에 연계될 수 있는 학과들로 지원률이 증가하며 시대의 흐름도 변화되고 있다.

문화예술 산업의 시장 규모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어 이 분야의 전문 인력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지망생들이 활동하고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과 무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유는 이미 연극영화과나 실용음악과를 졸업한 수천명의 학생들이 아직 자신들이 희망했던 배우나 가수, 뮤지션의 길로 들어서지 못하고 다른 업종이나 이탈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수년 전에 공중파와 케이블에서 인기를 구가했던 오디션 프로그램들도 많이 사라졌다. 10대들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주목받았던 ‘기적의 오디션’ ‘위대한 탄생’ 등은 빽도 없고 비전도 없는 10, 20대들에게 꿈을 선물하고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희망의 무대였다.

그러나 지원자들은 한없이 높은 장벽과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미끄러지고 자신을 되돌아보고 쉽게 포기하고 만다.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배우와 가수에 대한 꿈을 몇 번의 오디션 좌절로 떠나버리는 요즘 젊은이들. 준비가 되지 않았던 그들은 너무 일찍부터 망상에 젖어 스타를 꿈꾼다. 자신과 비슷하게 생기고 비슷한 역량을 가진 지원자들은 수천명이다. 자신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남들을 위협할 수 있는 무기도 갖추지 못한 채 몇 번 노크한 뒤 쉽게 포기해버린다.

배우나 가수가 되는 길은 승부를 예측할 수 없으며 절대 강자나 약자 없이 모든 대중에게 기회를 주는 평등 구조 시스템도 아니다. 개성, 창조력, 인내, 상상력으로 자신을 어필하고 내공을 통한 경쟁력이 무엇보다 필수다.

아직도 많은 지망생들은 배우나 가수가 되는 것을 쉽게 생각하고 있다. 전문학원이나 학교 에서 배우면 되겠지, 그것도 부족하면 일대일 개인레슨을 받으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도전했다가 높은 장벽을 넘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실망해버린다.

배우를 희망하는 지원자들은 대학로 소극장 연극무대 위에서 하나둘씩 경험을 쌓고 관객과 소통하며 자신의 진가를 찾고 5%의 합격률도 보장되지 않지만,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유명 영화배우, 탤런트를 꿈꾸며 도전했다가 1년도 지나지 않은 채 포기하고 타 업종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를 필자는 수없이 봐왔다. 지원자들은 개성과 창조력으로 무장해 심사위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줘야 하지만, 이런 해법을 잊은 채 기성 연예인을 모방하고 자칫 과도한 설정으로 심사위원들에게 강한 거부감만 유도한다.

예비 예술인들은 자신의 장단점을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곧 될 거야’라는 망상을 버리고 작은 무대부터 찾아 자신의 잠재력을 관객들에게 전파하고 개인의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얼굴을 지닌 배우가 돼야 한다. 잘하지 못해도 재미가 있어야 하고 깊은 인상을 남기는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과장한다거나 남들과 똑같이 하거나 거짓이 내포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지금도 청소년들은 꿈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언젠가는 시민들이 나를 알아보고, 나에게 박수를 쳐주며, 유명해지고 돈도 벌고 음악과 연기를 평생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꿈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며, 도전 정신과 그들만의 창조성은 땀과 눈물로 범벅이 돼 더 큰 울림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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