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한국 학생의 정보통신기술(ICT) 활용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학생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7월 18일 김갑수 서울교대 교수(한국정보교육학회장)가 최근 발표한 ‘OECD 국가들과 한국 학생들 간 ICT 접근성과 활용성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한국 학생의 ICT 접근성은 30개국 가운데 28위, ICT 활용성은 31개국 중에 31위로 최하위이다.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세계 35개국 OECD국가 만 15세 이상 학생 54만명을 대상으로 조사·발표한 통계를 김 교수가 분석한 결과이다. PISA는 2000년부터 OECD 국가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 과학, 읽기 부문 등을 조사해 3년마다 발표한다. PISA는 ICT 접근성과 활용성을 가정과 학교로 나눠 조사한다.

ICT 활용은 학생이 가정이나 학교에서 컴퓨터, 인터넷 등 ICT를 교육에 얼마나 활용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한국 학생은 학교에서 온라인 채팅을 하는 비율이 4.41%로 조사 대상 OECD 31개국 중 31위로 최하위이다. 학교 수업 시간에 인터넷 브라우저를 이용하는 비율은 2.77%로 30위, 학교 웹사이트에서 자료를 내려 받거나 올리는 비율도 1.44%로 꼴찌(31위)였다. 우리 학생 대부분은 학교 수업 시간에 ICT를 이용하지 않는다. 가정에서 학교 숙제하는 데 인터넷을 이용하는 비율도 2.30%(30위)로 ICT를 이용한 가정 학습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ICT 접근성도 유사하다. 가정에서 데스크톱 소유 비율은 63.26%로 11위였으나 노트북(44.59%, 28위)과 태블릿(25.99%, 30위)은 낮았다. 학교는 가정보다 ICT 접근성이 더 떨어졌다. 학교에서 데스크톱 컴퓨터 사용비율은 47.10%(24위)였고 프로젝트(36.14%, 29위)를 이용하거나 전자 칠판(12.81%, 29위)을 이용하는 비율도 최하위였다.

한국 학생의 ICT 접근성과 활용 수준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김 교수는 “2009년 PISA 발표 ICT 접근성 분석 결과 5개 항목 모두 중간이었지만 2012년에 낮아졌으며 이번에는 최하위까지 떨어졌다”며 국가 ICT는 발전하고 있으나 교육 현장은 정반대라고 한다. 김 교수는 “2000년대 중반 초·중등 ICT 교육 의무 지침이 폐기되면서 ICT 관심과 교육 빈도가 낮아졌다”고 한다.

미국이나 주요 국가는 인터넷, 컴퓨터, 스마트폰을 활용한 수업과 과제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그러나 정보통신강국인 한국에서는 학교 수업을 시작하면 교사들이 학생들의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기 사용부터 가장 먼저 차단시킨다. 김 교수는 “한국 교실은 교과서나 수업 관련 동영상을 틀어 주는 수준”이라면서 “미국이나 유럽은 동영상 시청뿐만 아니라 학생이 직접 동영상을 만들고 공유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고 한다. 그는 “해외는 초등학교 때부터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한 수업과 과제, 보충 학습이 활발하다” “학교에서 컴퓨터나 인터넷을 활용한 숙제를 내줘야 하는데 교사부터가 ICT 활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가정에서 ICT 활용이 미진한 이유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을 게임이나 불건전한 콘텐츠를 보는 것으로 생각하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외 주요 국가들처럼 학교와 가정에서 교육과정에 ICT를 활발하게 활용하는 것이 시급하다. 먼저 모든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교사 연수 과정에도 ICT 활용 과목을 포함시키고 학교에서부터 올바른 ICT 교육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학부모들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나쁘게 인식하지 않고 가정에서도 사용하게 한다. 모든 과목에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접목한 다양한 교육 방법을 도입해야 하고 실제로 학생이 ICT 기기를 활용하면 학습 능력을 높아지도록 교과목을 설계해야 한다. 특히 내년에 시행하는 SW 교육 의무화를 계기로 ICT 활용 능력을 배양하는 ICT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학생 ICT 능력이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 사고력과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능한 빨리 ICT 활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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