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은 최근 게임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정부 주도의 일방적 규제정책에서 벗어나 게임업계의 자율과 책임에 맡기는 새로운 자율규제 방식으로의 전환과 이를 위해 ‘민관합동 게임규제 개선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아울러 도 장관은 “게임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업의 허리가 되고, 콘텐츠의 창의성과 다양성의 원천이 되는 중소기업이 굳건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성장 사다리를 만들어주는 게임 산업 성장 사다리 펀드 조성,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유통·마케팅 지원 확대, 창업 보육 및 중소기업 종합 지원 조직인 ‘게임부스트센터’ 구축 등의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관합동 게임규제 개선 협의체’는 정부, 게임 관련 산업협회, 정부 산하기관과 게임 분야 학회·전문가, 소비자 단체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체는 게임업계와 정부, 소비자 간 첨예하게 대립 중인 게임물 등급분류, 게임 결제 한도, 확률형 아이템 규제, 셧다운제도 등 게임 산업의 주요 이슈와 게임 산업 현장에서 제기되는 모든 법·제도상의 애로 사항을 전면 검토하고 논의하여 개선한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글로벌 시장에 비해서는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또한 민간 합동의 게임규제 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한다면 게임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도 줄이고 규제로 인한 사회·경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게임 산업은 지난 20년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성장해 왔다. 시가총액 10조원 규모의 기업이 3곳이나 나왔고 지금도 수많은 젊은이가 게임을 통해 자신의 꿈을 키우고 있다. 한 때 한국은 게임 산업은 최강국이었다. 그러나 게임을 중독물질로 분류하려고 시도하고 마약과 같은 4대 사회악(惡)으로 취급하는 등 부정적인 인식과 그로 인한 규제 때문에 추진력을 잃고 중국에 추월당했다. 게임 개발 창의성은 무너지고 이용자들이 줄면서 게임 산업도 크게 위축됐다. 게임 이용 플랫폼은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이동했고 PC온라인 게임시장에서 한국 주도권은 무너졌다. 이러는 사이 중국 게임 산업은 무섭게 성장했다. 한 때 한국 게임을 가져다 서비스해 성장기반을 닦았던 중국 게임업계가 한국 게임업계의 지분을 무차별 인수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에서는 이미 중국이 한국을 앞질렀다.

앞으로 게임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게임물의 자체 등급분류제의 조기 정착을 비롯해 PC·온라인 게임 결제 한도 개선, 셧다운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협의체에서 전향적인 논의가 필요하고 문체부, 미래부, 여성가족부와의 협조도 필요하다. 다행이 모바일게임은 이미 자체등급분류 제도가 정착돼 있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사업자가 주도하는 민간이 자정 능력을 갖추고 사후관리(AS)를 핵심으로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성인용 게임과 일부 아케이드를 제외한 모든 플랫폼 기반의 모든 게임물은 민간이 이용 등급을 매기는 게임물 자체등급분류 제도를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자체등급분류 제도는 정부의 사전 검열 없이 창작성을 보장하면서 게임을 문화와 예술 영역으로 격상시키는 것으로 그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게임을 향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이중적이다. 산업으로서의 게임은 미래의 신 성장 동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취미와 문화로서의 게임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게임을 통제하고 싶을 정도로 부정적이다. 게임에 대한 인식과 규제만 바꾸면 우리 게임은 얼마든지 한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게임을 건전한 문화 활동으로 만들면 게임 산업은 경제는 물론 여가와 문화적 가치를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게임 산업 종사자들이 높은 자긍심으로 현업에 열중하고 게임 문화 진흥에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민관이 함께 노력하는 풍토조성이 필요하다. 또한 게임업계의 책임감도 요구된다. 민간 자율규제는 공공 책임을 민간 사업자에게 지우는 것이다. 게임업계는 자율을 방종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사회와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상식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부 업체가 선을 넘으면 게임 생태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다시 정부규제 강화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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