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 논설위원

 

우여곡절 끝에 ‘김상곤호’가 출범했다. 인사청문회에서 논문표절·중복게재 논란 등으로 시끄러웠지만 주목되는 사항은 개인적 자질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학교 교육에 일대 변화의 폭풍이 몰아치고 찬반논쟁으로 온통 나라가 소란해질지 모른다. 호평 악평이 엇갈리면서 정권 자체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평등한 교육기회 제공을 중요시하는 김 장관이다. 때문에 특수목적고·자사고 폐지, 수능절대평가제 도입,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확대, 대학 서열화 폐지 등의 조치가 예상된다. 일부는 일리가 있으나 교육경쟁력의 하향평등화 쪽으로 흘러간다면 문제다. 포퓰리즘을 넘어 우리나라 교육이 처한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새 물꼬를 트는 방향으로 큰 흐름이 잡힌다면 좋겠다. 앞으로 교육백년대계를 위해 ‘확’ 달라져야 할 희망사항은 무얼까.

우선, 교육과 가장 밀접하면서도 왜곡된 사회·산업 구조와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부모들은 과거에 좋은 대학 못 나와 고생스런 삶을 살아왔다고 여긴다. 그래서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더라도 꼭 내 자식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좋은 대학 보내고 싶다는 의식이 강하다. 지방에서 서울로, 강북에서 강남으로 물밀듯이 쇄도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게 이 탓이다. 인구 서울집중은 교육문제 때문이다. 대학을 안 가도 떳떳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직장에서 고졸엔지니어가 보다 대우받고 만족스러운 사회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진 유럽 국가처럼 중·고등학교 때부터 내실있는 엔지니어 교육으로 경쟁력 있는 학생들을 배출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특성화고에 명문고교가 많이 생기고 특성화고가 일찌감치 배출한 산업영웅들이 창의력과 기술력을 소중한 자산으로 평가받으며 시대를 이끌게 해야 하겠다. 다른 문제이지만 함께 중요한 과제가 있다. 그것은 지방 경제와 지방 대학교육이 부흥하게 하는 것이다.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즉 서울대 등 서울의 종합대학을 단과대학별로 지방에 분산시켜 칼리지타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언으로 내놓는다.

둘째, 대학입시의 기준이 되는 고교졸업생 평가를 전적으로 고교 중심으로 수행하게 해야 한다. 물론 일반계 고교의 정상화가 전제이다. 날로 슬럼화돼 가고 있는 일반고를 살려내야 한다. 평준화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대학입시가 일반고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는 동시에 입시에 고교내신 반영비율을 높이는 게 옳다. 강북 학생들이 굳이 8학군 혹은 강남 고교로 진학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게 왜 조치하지 못하는가? 대치동에서 비싼 학원비 내며 사교육에 매달리지 않고 일반고에서 학교성적을 제대로 받으면 ‘SKY대학’에 갈 수 있도록 왜 개선하지 못하는가? 개천에서 용이 나게 왜 못하나? 일반계 고교 구성원을 보라. 대입 위주로 변질된 특목고 자사고 과학고 영재고에 진학하지 못한 비(非)부유층 자녀들이 대부분이다. ‘SKY대학’ 진학률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일반고 학생 중 상당수는 내심 특성화고에 가고 싶었던 학생, 혹은 일반고교 내 특성화반에서 엔지니어교육이나 예·체능계 대학 입시준비에 치중해야 할 이들이다. 부모 체면에 떠밀리고 억지춘향식 대입교육에 지쳐 책상에 엎드려 잠자는 것을 도피처로 여기는 학생들이 많다. 다 기성세대 잘못이다. 지금으로서는 이들이 진로를 최대한 수정·보완 할 수 있게끔 일반계 고교에서 지도·자문해 줘야 할 일이다.

셋째, 수능절대평가 도입계획을 백지화하고 학종을 보다 객관화해야 한다. 수능절대평가제는 변별력을 없애고 1등급을 양산한다. 때문에 정시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에 역행한다. 학종에 문제가 없다면야 ‘물수능’도 괜찮다. 그러나 공정성면에서 대학들로부터 별로 인정받지 못하는 학종이다. 부유층 자녀들에게 유리하다는 따가운 시선의 대상이다. 사법시험 대신 시행된 로스쿨이 부의 대물림, 금수저 논란에 휩싸인 것과 같다. 대치동 학원가엔 학종대비반도 있다. 이래가지곤 평준화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입시지옥이라던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 대입 본고사와 고교입시를 부활시키고 일본처럼 무한경쟁체제로 가는 게 낫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왕 큰 발걸음을 옮긴 평준화이다. 그 중요한 잣대인 학종이 의심받는다면 서둘러 뜯어고쳐야 한다. 수험생들은 힘들다. 수능에, 내신에, 사회활동 점수 확보에, 학교선생님에게 인정받는 노력에 자녀들은 땀범벅이다. 우리의 소중한 인재들이 좌절하지 않고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잘 이끌어야 함은 물론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