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천안함 입장 밝히며 중국에 협조요구 예상

[뉴스천지=전형민 기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특급열차를 통해 중국 다롄과 텐진을 거쳐 베이징에 도착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장기 고착화된 6자회담 재개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천안함 침몰사고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 응집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어 북중 정상회담은 동북아 외교안보지형을 바꿀 중대변수로 등장했다.

심각한 경제난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수위가 날로 높아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김 위원장은 평소와 달리 언론에 동선을 노출하면서까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은 이미 나진-선봉으로 이어지는 경제특구와 창춘-두만강 유역의 동북3성 경제벨트 등에 과감한 투자를 통해 한국이나 일본보다 북한 개발에 있어 우위를 점한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한층 더 높이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인 18개월째 답보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파격적 수준’의 대북 경제지원을 통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선언을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중국의 도움을 얻어 화폐개혁 등으로 심각해진 경제난을 타개하는 대가로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며 전격적인 6자회담 복귀선언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6자회담 복귀선언이 없다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김정일 위원장의 약속 정도를 중국은 기대하는 눈치다.

금강산 관광지구 내 부동산 몰수까지 해가며 남북경협을 중단한 상태에 있는 북한은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모양으로든 중국 측으로부터 얻어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천안함 침몰사고에 대한 북한의 결백을 주장하고 중국은 동조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목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침몰원인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에 대해 길게 언급하는 것은 북한과 중국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의 전격 방중 행보에 대해 미국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시기가 좋아 보이지 않으며 부적절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함 침몰사고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입장을 중국이 고려하지 않았다는 뉘앙스가 풍기는 대목이다.

하지만 북한이 6자회담 복귀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상황이다.

필립 크라울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4일 브리핑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기대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때문에 미국은 천안함 침몰사고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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