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국 말 듣는 자리 아냐”
외교안보대화 앞두고 기싸움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북한에 장기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19일(현지시간) 사망하면서 오는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외교안보대화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북제재를 더욱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헤리티지재단 대북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CNN에 “(미·중 외교안보대화를 앞두고) 그 무엇보다도 웜비어의 사망이 더 큰 행동을 요구하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웜비어의 사망으로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클링너 연구원은 “버락 오바마처럼 트럼프도 강경하게 말하고 있지만, 북한과 중국 모두에 대해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다”며 “2차 제재를 유예한다는 합의가 끝났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전 정권처럼 현 정부도 2차 제재를 망설인다면 이는 중국의 위법자들에게 사실상의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 기조에 비판적이던 리온 패네타 전 국방장관도 미 정부가 중국의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패네타 전 장관은 웜비어의 사망과 관련해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며 중국 정부는 (북한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밝혀야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웜비어 사인에 대한 중국 측 설명이나 외교적 항의, 제재 강화 등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직까지 억류 상태에 있는 미국인 3명에 대한 즉각적인 석방 요구도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 보니 글레이저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북한에 있는 미국인 3명을 꺼내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웜비어에 대한 야만적인 처우로 미국민이 분노했으며 이런 상황이 북한과의 외교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중국 언론은 “중·미 대화는 미국이 말하고 중국이 듣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평을 통해 “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최선을 다하더라도 미국의 기준에는 영원히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북핵 문제의 근원은 북·미 갈등이다. 미국은 다리를 꼬고 앉아 말만 하면서 중국의 도움에만 의존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헛된 생각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4월 미국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이 개최된 이래 처음 열리는 미·중 외교안보대화에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국방장관이 미 대표로 참가한다. 중국에서는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팡펑후이(房峰輝) 중국군 참모총장이 대표로 참석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