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수년 전 백령도와 경기도 강원도 등지에서 추락한 북한 무인기가 발견되자 난리법석이 벌어졌었다. 심지어 우리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의 상공까지 유령처럼 배회하며 샅샅이 도촬(盜撮)했음이 드러났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이 정도면 그들은 이미 우리의 주요 시설들을 손금 보듯이 읽어두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우리의 영공을 그들은 무인기를 들여보내 맘대로 휘젓고 다닌 것이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써가며 들여다 배치한 우리의 첨단 레이더나 조기경보기 최신 전투기나 헬기의 눈도 그것들이 오고가는 것을 탐지해내지 못했다. 휴전선 전후방에서 매의 눈으로 월경(越境)하는 물체를 지키는 수많은 경계병들의 육안으로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그나마 그것들이 우리 땅에 추락해 도발의 증거를 남겨준 것이 다행이었다. 그 증거라는 것도 일상 나라의 안녕을 염원하며 살아가는 안보에 민감한 일반 국민들에 의해 발견될 수 있었다. 군이나 경찰 또는 첩보 및 정보당국에 의해 발견된 것이 아니다. 그렇게 겸연쩍게 무인기 잔해가 입수될 때까지 관계 당국은 말하자면 우리의 내밀한 ‘신상정보’가 생생한 영상으로 털려 북에 넘겨지는 것을 가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모골이 송연하지 않은가. 혹여 유사시일 때 요즘 전쟁은 정보가 승패의 결정적 관건이며 ‘예방 혹은 선제(先制) 안보’의 성공도 정확한 적정 파악과 함께 아방(我方)의 기밀은 지키는 철저한 보안과 경계에 달려있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더 길세 설명할 것은 없다. 

더구나 저들은 대량 살상이 가능한 생화학무기(biochemical weapon)를 어마어마하게 보유하고 있는 가장 도발적인 집단이다. 저들의 무인기가 아무리 장난감과 같은 수준이라 해도 적은 양으로도 대량 살상이 가능한 이 같은 생화학 무기의 운반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래서 아직 저들의 무인기가 유치한 것이라고는 해도 맘먹기에 따라서는 절대로 장난감에 머물지 않으며 무시무시한 공포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저들이 핵 기술 및 각종 미사일, 생화학무기 분야에서 발전을 이루어나가듯이 무인기 분야에서도 선진 기술을 밀수입해 모자이크 하듯 하며 진화를 이루어나가고 있음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기에 무인기의 잔해 발견이 새삼 우리 국민으로 하여금 무시무시한 연상(聯想)과 안보 불안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준 것은 필연적인 순서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럴 때 국방 당국은 스테레오타이프(stereotype)인 행동 양식으로써 반응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때도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듯 그런 방식에 따라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을 냈었다. 새로운 장비를 긴급히 들여와 영공 탐색에서 사각지대를 없애는 등 동일한 사태의 재발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했었지 않나. 이렇게 ‘도발’에 뒤따라가는 행동방식을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때는 청와대의 상공까지가 뚫린 특별한 상황이어서 이번 약속만은 틀림없이 지켜질 것이라 믿었었다. 그런데 또 뚫렸다니 이 일을 어찌할까. 도대체 왜 이래야 하나. 언제까지 이럴 건가. 그것도 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THAAD)의 배치를 두고 국내외의 반응이 민감한 지역 성주 상공이 뚫렸다하니 이런 예민한 지역의 상공을 우리는 그냥 무방비 상태에 방치해 두었었단 말인가.

도대체 그 많은 국방예산과 인력, 첨단장비, 한미동맹의 힘을 가지고도 국민에게 사후약방문의 뒷북 안보에 급급하는 까닭이 뭔가. 언제쯤 납세자인 국민이 고대하는 든든한 ‘예방안보’ 또는 ‘선제안보’의 역량을 갖출 것이며 그 모습을 보여줄 건가. 한 번 더 생각해보자. 저들의 도발 수법은 갈수록 하드웨어(hardware)와 소프트웨어(software) 양 측면에서 교묘해지고 발전해나간다. 그런데 우리의 대비 태세는 왜 항상 구멍이 뚫려 있어야 하며 제자리에 있어야 하는가. 한숨이 안 나올 수가 없다. 그나마 이참도 저들이 증거를 남겨주었기에 겨우 당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휴전선을 넘어와 성주 사드배치지역 상공을 휘돌아 복귀하던 무인기가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강원도 인제의 산 속에 사드배치지역 촬영 영상을 지닌 채 떨어져주었다. 하지만 저들은 이미 여러 번 성주지역 상공에서 사드기지의 영상 정보를 털어갔을 수 있다. 정말 저들은 언젠가 성주지역 위성사진이라며 저들 관영 매체인 중앙TV에 공중 촬영 영상을 공개했었다. 그게 그것인 것이라고 얼마든지 추정할 수 있지 않은가.     

어떻든 우리의 안보가 이처럼 재정적 물량적 기술적 토대가 훨씬 모자라는 저들에게 조롱당하는 일이 되풀이되는 것은 돈과 인력 장비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의 허술함’에서 오는 문제라는 것은 깨달아야 한다. 쉽게 끓다 금방 식는 냄비 기질인데다가 끈질김과 일관성이 우리 관계 당국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저들의 악착같은 도발 근성에 비한다면 우리의 허술한 정신과 자세는 어쩌면 저들에게 이용당하기 딱 좋은 문약(文弱)한 ‘로망(roman)’에 불과하다 할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우리의 뒷북 안보 행태는 북한 무인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저들의 핵 실험이나 미사일 등 각종 도발에 대해서도 그런 행태가 되풀이되는 것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저들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쏠 때에도 상투적으로 그런 도발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느니 뭐니 하는 강한 수사(rhetoric)적 반응을 보이지만 그뿐이다. 사후적이든 예방이든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들이 없다. 그렇기에 그 같은 공허한 대응 수사 속에 우리의 허술함을 아는 저들의 도발은 계속된다. 이런 악순환을 벗어나려면 창과 방패의 군사적 장군 멍군의 안보 싸움에서는 강할 때는 무섭게 강해야 하며 실질적으로 적을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저들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막기 위한 수세적이며 최소한의 조치인 성주 사드 배치에 우리가 좌면우고하는 것은 우리의 불행이다. 기왕 약속된 것이며 배치하기로 한 것이면 과감히 결연히 완결해버려야 한다. 우물쭈물 넘어가 좋을 사안이 아닌 것은 너무 명백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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