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대승네트워크 등 불교NGO 단체들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월드컬처오픈 W스테이지 안국에서 ‘한국사회와 불교 10년 성찰과 2025년 불교 미래 모색’ 1차 토론회를 열고 있다. 성해영(오른쪽)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불교NGO, 불교 10년 성찰과 미래 모색
법인스님 “말씀 교화 현대화가 佛 살길”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종교·인문학 학자들이 바라본 한국 불교의 미래는 어떠할까. 지난 10년 사이 수백만명의 불교인구가 급감하는 현상에 대해 진단하고, 또 다른 기회와 미래를 모색하는 토론의 장이 마련돼 관심을 끌었다.

불교의 자기 성찰과 개혁을 외쳐온 신대승네트워크, 정의평화불교연대, 불교환경연대, 실천불교전국승가회는 12일 서울 종로구 월드컬처오픈 W스테이지 안국에서 ‘한국사회와 불교 10년 성찰과 2025년 불교 미래 모색’ 1차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 종교 그리고 불교의 대응 맥락’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성해영(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는 한국 종교인구의 변화와 21세기 종교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탈종교화를 분석, 불교계의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비췄다.

성 교수는 지난 10년(2005~2015년) 사이 우리나라의 종교인구 지형 변화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2015년) 결과에 따르면 총인구대비 종교 인구는 2005년 52.9%에서 2015년 43.9%로 감소했다. 개신교인은 125만명이 증가한 반면, 불교인과 천주교인은 각각 300만명, 112만명이 급감했다.

불교인구가 300만명이 줄어든 현상과 요인으로 성 교수는 전통적인 종교의 쇠퇴, 탈종교화 현상이 21세기 들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종교를 버리기보다는 ‘제도권 밖에서 이뤄지는 개인적 영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 교수는 “비종교적인 맥락 속에서 등장한 ‘세속적 신비주의’ 등의 영성 출현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종교는 종교 아닌 것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며 “이제 전통적인 방식의 제도나 조직 없이도 인간의 종교성을 구현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웃종교인들이 템플스테이(절 체험)에서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얻지만, 불교인으로 개종하지 않는다”면서 “이러한 현상은 불교적 명상을 열망하나, 제도나 조직으로서의 불교에 대한 수요라고 보아서는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성 교수는 “이제 종교는 개인이 선택할 대상으로 변했다”며 “여기서 우리가 더 고민할 부분은 개인주의적 영성 추구가 초래할 부작용이다.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 신대승네트워크 등 불교NGO 단체들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월드컬처오픈 W스테이지 안국에서 ‘한국사회와 불교 10년 성찰과 2025년 불교 미래 모색’ 1차 토론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토론자로 나선 법인스님은 ‘종교를 넘어선 종교’의 현상이 한국 불교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님은 “전통의 제도권 종교에서는 몹시 당황스럽고, 위기감을 불러올 수 있다”며 “교세를 유지·확장하고 기득권을 지켜야 하는 종교집단은 종교환경과 지형의 변화에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하는 지점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현상(세속적 신비주의 등)은 불교 입장에서는 어찌 보면 낯설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 있다”며 “내면에서 존재의 의미와 평화를 찾는 현상은 불교의 기본 토양과 잘 맞다”고 밝혔다.

불교인구 300만명 감소에 대해선 “‘불교다움’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한국 불교는 시대 변화에 적응하는 내용과 속도가 너무나도 느리다”며 “불교가 대중과 소통에 소홀하고 ‘깨달음 지상주의’에 갇히면서 나눔, 도덕, 생명살림, 자유, 평등, 정의, 자비 등 보편적 가치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법인스님은 끝으로 “불교 경전의 ‘말씀’으로 대중에게 다가서야 한다”며 “교설(말씀)을 재해석하고 방편(교화방법)을 현대화하는 일이 한국 불교가 재활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신대승네트워크 등은 2차 토론회를 7월 3일 오후 3시 ‘흘러간 10년, 받아든 성적표’라는 주제로 진행하고, 3차 토론회는 8월 26일 오전 10시 ‘2025 미래불교, 희망은 어디로부터 오는가’를 주제로 원탁회의 형식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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