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이야기] 시티폰
[IT 이야기] 시티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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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

 

지난주 ‘Buy Korea Mobile’ 칼럼을 통해서 지난 이십여년간 우리나라 IT산업, 특히 모바일 산업의 발전과 시사점을 ‘디자인’ 관점에서 간략하게나마 제시한 바 있다. 지난 칼럼에서는 특히 우리나라 모바일 산업의 눈부신 발전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이번 주에는 이러한 놀라운 발전과정에서 생겨난 잊혀진 서비스, 바로 ‘시티폰(City Phone)’이라 불리던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40대 이상 장년층 세대에서는 1990년대 당시 최전성기로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개그맨 김국진이 공중전화 부스 옆에서 공중전화 사용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시티폰 통화로 자랑스럽게 그만의 특유 어조인 “여보세요”를 외치던 광고를 기억하는 독자들이 상당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렵지만, 당시만 해도 외부에서 상대방에게 연락하려면 거의 유일한 수단이 지금은 거의 폐허화돼버린, 아니 거리에서 보기조차 어려운 공중전화였다. 때문에 당시에 공중전화를 사용하려면 도심지의 경우 거의 5미터 이상 줄을 서야 자기 차례가 되어 전화를 이용할 수 있었으니, 기다림 없이 통화를 할 수 있는 무선전화의 등장은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이고 신선한 기술이 될 수 있었다.

시티폰은 공중전화 유선라인을 이용해 ‘텔레포인트’라 불리던 무선안테나 기지국을 부스외부에 설치하고, 안테나에서 전파되는 800MHz(메가 헤르쯔)대역의 고유 주파수를 수신해 동작하는 방식으로 공중전화 부스 인근의 한정된 반경 하에서 통화가 가능했던 것으로, 공중전화 사용차례 기다림 없이, 인근 반경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동시에 표현하는 히트 광고였다. 그러나 ‘시티폰’은 서비스 개시 후 3년이 채 안되어 통신사업자에게 약 1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안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시티폰’ 서비스의 흑역사를 이해하려면 우리나라 이동통신 산업발전 역사를 뒤돌아 볼 필요가 있는데, 사실 198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휴대폰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80년대를 넘어 90년대 초반까지 군 무전기 형태의 크고 무거운 투박한 형태의 무선전화기가 일부 상류계층이나 사업자들에게 사용됐었는데, 이를 1세대 아날로그방식 이동통신이라 부르며, 본격적 이동통신이 시작된 PCS(Personal Communication Service; 개인휴대통신)를 2세대 이동통신이라 부른다.

2000년대 중반 유럽방식의 광대역 코드분할접속방식인 WCDMA를 통하여 본격적인 고화질 및 멀티미디어 통신이 가능해진 3세대 통신이, 그리고 현재는 고속전송 기반의 스마트폰 보급을 주도한 LTE라 불리는 4세대 이동통신으로 발전한 바 있다. 짐작하셨듯이 ‘시티폰’은 이러한 발전과정 중 1세대와 2세대의 간극인 1997년 2월에 통신사업자가 개발, 출시한 1.5세대 서비스로, 당시 수신만 가능했던 속칭 ‘삐삐’라 불리던 무선호출기와 결합해 발신전용 무선전화기 서비스로 제시된 것이었다.

‘삐삐’로 수신된 번호에 실시간으로 전화를 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장점 외에도, 공중전화 부스를 이용해 기지국을 설치하게 됨으로써 투자비가 저렴하고, 이용료가 저가이며, 소규모 출력으로도 통신이 가능해 밧데리 수명이 길고, 동일 통화반경내에 수천명의 동시 통화가 가능하다는 점 등 PCS에 비해 여러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그해 말 출시된 PCS와의 경쟁에 밀려 조기에 서비스가 종료된 이제는 추억 속의 이름이 됐다. 요금인하 및 단말 내에 ‘삐삐’ 기능 탑재로 송수신 일체 단말 개발 등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PCS에 밀려 서비스가 종료되는 안타까운 운명을 맞이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편의성 부족’에 있었다. 이용자들은 공중전화 설치 인근 반경에서만 통화가 가능한 것은 어느 정도 감수하더라도, 통화반경을 벗어나면 통화가 단절되는 현상은 그들에게 도저히 감내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흔히 로밍(Roaming)이라 불리는 기능, 즉 위치가 바뀌더라도 기지국을 자동으로 교체하여 통화 연속성을 이어주게 하는,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본 기능이 부여되지 않는 이러한 치명적 약점은 이를 제공하는 PCS와의 상품경쟁에서 자연 도태되고 말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이렇게 ‘시티폰’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지난주 칼럼에서 언급됐듯이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다시 제고하는 좋은 사례로 보아야 할 것이다. 모든 서비스는 기본적 사용성이 전제가 돼야 하며, 이 개념 하에서 출발해야 한다. ‘디자인’은 단순 제품개발과정을 넘어서 회사의 방향성, 장기전략, 정책수립 등에 필요한 한 걸음 더 위에서 바라본 안목으로 이해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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