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

 

지난 4월 ‘IT 이야기’ 칼럼에 게재된 주제 중 하나는 ‘전자기파’였다. ‘전자기파’ 즉 ‘전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직각으로 공간에서 교차하면서 이루어지는 파동이며, 파동수(주파수)의 크기에 따라 저주파, 고주파, 극초단파 등으로 분류된다고 소개드린 바 있다.

전자통신이란 바로 이 주파수에 디지털 신호를 얹어서 원거리에 전송하여 상호간 의미 있는 데이터를 교환하는 것이다. 이렇게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법에는 유선과 무선방식이 있는데 유선방식이란 사무실이나 자택에서 주로 사용하는 데스크탑, 노트북이 랜케이블이란 물리적인 전송매체를 통해 지역별로 거미줄처럼 깔려 있는 광케이블 유선망을 거쳐 교환기를 통해 유저(user)가 희망하는 주소로 방문하여 정보를 교류하는 것이고, 무선방식이란 휴대폰과 같이 발신자와 수신자 간에 무선기지국이 위치하여 발신자가 보내는 무선전파신호를 기지국에서 확인하고, 중계기 등을 거쳐 수신자가 위치한 최근접 기지국에 전달해 상호 통신하게 하는 방식이 무선방식이라 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와이파이(Wi-Fi) 통신은 유선과 무선이 혼합되어 통신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주지하다시피 유선과 무선의 가장 큰 차이는 이동성(mobility)인데 유선통신이 고정된 자리에서만 통신이 가능한 반면, 무선통신은 단말의 위치에 상관없이 계속 이동하면서도 신호의 끊김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으며, 이는 각 기지국들이 로밍(roaming)이라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구역 내에 진입하는 모바일 신호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신호를 연결해 주기 때문이다.

이렇듯 전파는 유·무선상으로 신호 및 데이터를 보내는 최상의 전송매체로서 존재하고 있으며, 태초 지구 생성과 동시에 탄생한 창조주가 인류에게 선사한 너무도 소중한 인류 공용의 무형자산인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전파(주파수)는 한정적이며, 따라서 주어진 자원을 원활하게 공동 배분하거나, 아니면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폭넓게 사용하는 방법이 끊임없이 연구돼 왔다. 특히 이동통신용 주파수는 사용가능한 대역이 극초단파급 이상으로 더욱 한정적이며, 따라서 미국, 유럽 등 통신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다중접속(Multiple Access) 기술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다중접속이란 주어진 한정된 주파수자원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분할해 상호 통신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이러한 다중접속기술에는 크게 주파수분할방식(FDMA), 시간분할방식(TDMA), 코드분할방식(CDMA) 등이 있다. 주파수분할방식은 말 그대로 주어진 주파수를 잘게 쪼개어 신호를 배분하여 활용도를 높였으며, 시간분할은 시간을 배분해 한꺼번에 신호를 모아서 보내는 방식으로 활용도를 높인 것으로, 이를 자동차 도로에 비유하면, 주파수분할방식은 큰 도로를 여러 차선으로 나누어 자동차 여러 대가 동시에 혹은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이며, 시간분할방식은 도로에 차를 일정하게 모아놓은 상태에서 일정한 시간간격을 가지고 동시에 차량들이 출발하는 방식이다. 양 방식 모두 나름의 장·단점이 있어 환경에 따라 적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반해 CDMA는 대역확산이란 기술을 적용한 것인데 보내고자 하는 신호를 그 신호의 주파수대역보다 훨씬 더 큰 주파수 대역으로 확산시켜 신호를 전송하는 방식이다. CDMA방식은 1960년대 초 미국 벤처기업인 퀄컴사가 개발한 것으로,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 개인이동통신 서비스인 PCS를 도입하면서 세계 최초로 본 방식을 다중접속기술로 채택, 상용화한 바 있다. 당시 TDMA계열의 유럽방식인 GSM방식과 북미방식인 CDMA방식 중 어느 기술을 채택할 것인가에 대해 관계기관, 전문가들 사이에 치열한 논쟁과 검토가 있었으며, 결국 당시 정보통신부에서는 통신망 구축이 상대적으로 경제적이며, 국내기술 자립도 축적을 통한 이동통신시장에서의 장기적인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CDMA를 채택했다.

이미 검증돼 세계 대다수 국가 이동통신망에서 안정적으로 사용하던 유럽방식의 GSM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상당수 있었으나, 장기적 안목에서 국가 통신산업의 발전은 물론, 국내기술 축적을 통한 향후 세계 이동통신시장에서의 표준기술 주도권 확보, 휴대폰 제조 등 IT산업 활성화 등 다양한 차원에서 CDMA방식을 선택하고 과감히 상용화한 것은 현 시점에서 보면 참으로 ‘신의 한 수’가 아니였던가 생각된다.

‘도전’과 ‘미래’를 중시한 당시 관계자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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