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부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DB

특검 “독대 전 말씀자료, 안종범 수첩과 일치” 주장
피고인 변호인 측 “특검 기소 내용 입증된 게 없다”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섰다.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사이에 연락책 역할을 담당했던 터라, 이번 재판에서 키맨으로 알려졌으나 정작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내용 등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17일 오전 10시 이 부회장과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등 5명의 뇌물공여 등 혐의 14차 공판에서 정 전 비서관의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정 전 비서관 증인 신문에서는 2015년 7월 25일에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과의 독대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대가성 여부 언급 등과 관련해 특검 측과 피고인 변호인 측의 공방이 오갔다.

특검 측은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과의 독대에 앞서 만들어진 말씀자료 문건을 제시했다. 이 자료에는 ‘엘리엇 사태, 삼성 지배구조가 외국 해지펀드 위험에 취약,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 정부 임기 내 승계문제가 해결되길 희망’ 등이 기재돼 있었다.

특검 측은 “증인은 특검 조사 시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2015년 7월 27일 수첩에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적힌 ‘엘리엇 대책, 소액 주주권익’ 기재 사실을 봤죠?”라고 물었다.

정 전 비서관은 “당시 검사가 (수첩 기재 내용을) 보여줘서 본 적 있다”고 답했다.

이는 정 전 비서관이 경제수석실로부터 받아 독대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말씀자료 내용과 안종범의 수첩에 기재된 내용과 일치한다고 특검 측은 주장했다.

이에 피고인 변호인 측은 “(증인은) 안종범의 수첩에 기재돼 있는 건 알지만 이 내용을 박 전 대통령이 안종범에게 지시했는지는 모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 전 비서관은 “그건 안종범에게 물어봐야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독대 말씀자료와 관련해 정 전 비서관은 “말씀자료는 참고자료다. 통상 말씀자료는 실제 이대로 말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워딩으로 작성되는데 하지만 이건 참고자료다. (이 자료대로) 그런 말씀을 대통령이 했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정 전 비서관은 “단독 면담에서 어떤 내용을 말했는지 종결 이후에 대통령이 증인에게 말한 것이 있냐”는 특검 측의 질문에 “없었다”고 했다. 결국 정 전 비서관은 참고자료를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뿐 독대 과정에서 삼성물산 합병건, 경영 승계 문제 등의 언급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피고인 변호인 측은 “증인은 독대 당시 배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이 (합병 등) 그런 말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증언했음에도 특검 측이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라고 하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며 “특검에서 기소한 어떤 내용도 입증된 게 없다”고 했다.

이와 함께 2015년 1월경 증인이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에게 삼성그룹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기로 했다면서 장충기 삼성 사장 연락처를 알려줬다는 특검 측의 주장에 대해 정 전 비서관은 “김종 전 차관과 한번도 통화한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김종이) 저한테 한번 전화를 받았다는 얘기를 했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김종 차관이 진술한 내용 기억하냐”며 “장충기 연락처 입수 과정도 추측이지 않냐”고 묻자, 정 전 비서관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변호인 측은 “김종 진술 등 증인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함에도 특검에서는 유도심문성 진술로 그럴 것이라는 진술을 받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특검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특검의 박 전 대통령 추가 증인 신청서 신청 이후 증인 채택 여부 및 기일 등을 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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