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가 당을 떠났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문재인 대표에 의해 긴급 발탁 돼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며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던 주인공이다. 심지어 김 전 대표는 탈당과 동시에 국회의원직도 잃었다. 무엇인가 대단한 결심을 하지 않았으면 예상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김 전 대표는 탈당의 변에서 앞으로 고난의 길을 마다않고 나라를 위해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며, 대선 정국은 또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제3지대가 꿈틀거리고 있다

김종인 전 대표의 탈당으로 당장 제3지대가 다시 활력을 띠게 되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사퇴로 다소 맥이 빠졌던 제3지대발 정치지형 재편이 다시 동력을 찾고 있다는 뜻이다. 김 전 대표가 자신의 역할론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순교’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면서 그 의미를 잘 파악하면 자신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명쾌한 설명은 아니지만 그 의미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순교의 길이라고 했다. 대선을 앞두고 중량감 높은 정치인이 순교를 한다는 뜻은 크게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순교란 대의를 위해 자신을 던진다는 뜻이므로 대선정국에서의 대의는 곧 김종인 전 대표에게는 ‘정권교체’일 것이다. 동시에 자신이 그 길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며 여의치 않을 경우 자신이 직접 대선주자로 뛸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대선주자가 됐을 때도 정권교체를 위해 자신을 던질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다시 말하면 정권교체를 위해 가장 앞장서 뛰겠다는 뜻이며, 민주당을 탈당했으니 그가 속한 정치세력은 제3지대일 수밖에 없다. 제3지대가 다시 꿈틀거리는 배경인 셈이다.

이번 대선을 크게 압축하면 민주당 대선후보로 예상되는 문재인 전 대표와 제3지대 대표주자와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제3지대가 어떻게 리세팅 되느냐가 관건이다. 여기에 김종인 전 대표가 합류한 것이다. 이미 제3지대에서는 큰 그림을 설계하는 핵심인사들이 뛰고 있다. 국민의당에 박지원 대표와 손학규 위원장 그리고 바른정당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가 그들이다. 개헌과 정치제도 개혁 그리고 공정경제를 화두로 교감을 넓히고 있다. 여기에 김종인 전 대표까지 뛰어 들었으니 판이 더 커진 셈이다. ‘제3지대 빅텐트론’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국민의당에서는 박지원 대표가 구심체를 형성하고 손학규 위원장이 그 외연을 넓히는 데 적격이다. 대선주자로 뛰든 안 뛰든 손학규 브랜드는 외연 확장성이 아주 강하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가 구심체를 형성해야 한다. 여기에 김종인 전 대표가 합류해서 외연을 확장한다면 이 또한 적격이다. 김종인 브랜드도 외연 확장성이 아주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제3지대에서는 이들 네 명의 정치 거물들이 빅텐트를 설계하고 있는 셈이다. 그들이 만들어 낼 제3지대의 대선후보, 그가 누가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문재인 전 대표가 가장 두려워 할 맞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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