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바른정당 김무성 전 대표가 지난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만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혹시 두 정당이 다시 통합하는 것은 아닌지, 그게 아니라면 두 당의 대선후보 단일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의 얘기다. 그리고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에서 궁금증은 더 커진다. 두 당의 대선후보가 단일화한 이후 국민의당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제3지대 빅텐트론’이 성사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래저래 김무성 전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라 하겠다.

반패권 중도대통합으로 갈 것인가

잘 알려진 대로 김무성 전 대표는 ‘친박 패권’을 청산해야 한다며 새누리당 탈당을 주도했다. 그리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우리 헌정사의 비극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한 인물이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아무 것도 이뤄내지 못했다. 한 때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로 떠올랐지만 이제는 그 레이스마저 포기한 상태다. 20대 총선에서는 친박의 총공세에 흔들리며 총선 참패를 맛보았다. 온갖 상처를 끌어안고 탈당까지 결행했지만 그 이후의 행보마저 무기력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탄핵정국이 일단락되자 김무성 전 대표가 다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후보를 만나기 전에는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를 만났으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만났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렇다면 지금 김무성 전 대표는 19대 대선의 밑그림을 조금씩 실행으로 옮기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이른바 중도보수와 중도진보를 아우르는 ‘제3지대 빅텐트론’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어쩌면 그에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정치적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셈이다.

김무성 전 대표의 승부수가 통하기 위해서는 2개의 결정적 과제를 풀어야 한다. 첫째는 ‘친박청산’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친박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제3지대의 구성원이 아니다. 양쪽이 손을 잡고 ‘도로 새누리당’으로 가는 행보는 양쪽 모두에게 독약이 될 뿐이다. 두 번째는 당내 문제이다. 만약 유승민 후보로 결정이 난다면 유 후보는 친박청산과는 무관하게 자유한국당 후보와 ‘보수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 김무성 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분명한 것은 국민의당의 경우 친박세력과는 그 어떤 협력관계도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김무성 전 대표는 유승민 후보의 뜻대로 보수후보 단일화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제3지대 빅텐트로 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물론 친박청산이 대전제가 되면 해법은 간명하다. 아니면 바른정당에서 남경필 후보가 승리해도 좋은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밖으로는 친박이 살아있고 당내에서는 유승민 후보가 승리했을 경우, 과연 김무성 전 대표는 어떤 길을 또 어떤 방식으로 갈 것인가. 최상의 그림과 최악의 그림이 교차하는 국면이다. 이런 ‘정치적 상상력’이 김무성 전 대표의 정중동 행보에도 적잖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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