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안희정 충남지사의 상승세가 거세다. 안 지사는 22일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난 2주 정도의 급부상에 국민들께서는 흥미진진해하고 있다. 국민에게 문재인이냐 안희정이냐는 즐거운 고민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말 지금의 여론조사를 놓고 국민들이 흥미진진해 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국민은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인용할지, 그리고 가중되는 경제위기론이 정말 현실화 되는 건 아닌지 초조하고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 게다가 대통령 대리인단의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보면서 시국에 등을 돌리고 싶은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정말 ‘이게 나라냐’는 말이 불쑥 튀어 나올 법하다.

안희정의 우향우, 금도를 넘었다

여론조사 상승세에 한껏 고무된 것일까. 안희정 지사의 최근 언행을 보면서 하루아침에 ‘기대’에서 ‘실망’으로 바뀌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갑자기 ‘대연정’을 거론하더니 여당인 자유한국당과도 손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안 지사는 이렇게 하는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못 다 이룬 헌법적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며 이것이 새로운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라고 강조했다. 정말 그럴까. 박 대통령 하야와 형사처벌을 외치는 촛불 시민들은 정권교체 이후의 집권세력이 자유한국당과 손잡고 대연정 하는 것을 바라는 것일까.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헌법 가치이며 새로운 민주주의에 맞는 것일까.

그러나 이것은 어불성설이요, 상식 밖의 담론이다. ‘과거 DJP 연대’는 기본적으로 지역에 바탕을 둔 야권연대 성격이 컸다. 반면에 안 지사의 이번 발언은 집권당과 제1야당이 공동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대선 때 굳이 정권심판을 왜 하는 것이며 책임정치는 또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이는 헌법의 대통령 중심제 취지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더욱이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을 모독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적폐 청산이 아니라 그들과 손을 잡고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 그러고도 ‘시대교체’를 외친다면 도대체 무엇을 교체하겠다는 것인가. 허망하고 씁쓸한 얘기다.

대연정 발언으로 지지율이 조금 더 오르는 듯하자 안 지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도 ‘선한 의지’로, 없는 사람들과 국민들을 위해 좋은 정치하려고 그런 것이라고 두둔했다. 이것은 사실일까.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선한 의지가 아니라 선한 의지처럼 변장을 한 것이며,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특정한 세력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더 적절하다. 그럼에도 그들을 두둔한 것도 결국 대연정 담론의 연장선에 있는 것인가. 물론 표현이 적절치 않았다며 사과는 했지만 갈수록 노골화되는 안 지사의 ‘우편향 행보’가 영 개운치 않다.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전략이라면 새롭거나 건강하지도 않으며, 안 지사의 정체성 자체가 그렇다면 아쉬움을 넘어 실망이다. 무겁고 엄중한 작금의 현실 앞에 가벼운 언행들이 춤을 추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