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청 아동보호위원회에서 사퇴한 마리 콜린스 위원. (출처: 연합뉴스)

아동성추행 가해자 처벌에 미온적 태도 비판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성직자 아동성추행 근절을 위해 일하던 교황청 아동보호위원회 마리 콜린스(여) 위원이 관료조직의 비협조와 저항에 부딪혀 결국 사퇴했다.

교황청은 1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동보호위원회의 구성원인 마리 콜린스 위원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숀 오맬리 교황청 아동보호위원회 위원장은 “콜린스 위원이 교황에게 보낸 사직 편지에서 교황청 관료조직인 쿠리아 내 다른 부서들의 협조 부족에 좌절을 느낀다고 언급했다”고 사퇴 배경을 전했다.

콜린스 위원은 1960년대에 사제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로, 2014년 교황이 아동 성추행을 뿌리 뽑고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창설한 아동보호위원회의 창립 멤버로 활동했다.

콜린스 위원은 교황에게 보낸 편지에서 “직접적인 이유는 위원회의 활동에 대한 교황청 쿠리아 일부 구성원들의 저항 때문”이라며 “특히 성추행 사건 처리에 가장 깊이 관여하고 있는 교황청 사법 당국의 비협조는 수치스러울 정도”라고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영국인 피터 사운더스 위원도 일련의 성추행 혐의가 드러난 이탈리아 사제의 처리 문제를 놓고 다른 위원들과 갈등을 빚은 끝에 지난해에 위원회를 떠난 바 있다.

교황청은 사운더스 위원에 이어 콜린스 위원도 사퇴함에 따라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교황은 취임 이후 아동 성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고 아동보호위원회를 창설해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교황청 내 고위 관계자 등 일부 인사의 항명에 부딪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콜린스 위원은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교회는 성범죄 사제에 대한 처벌을 완화하는 것이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고 교황청의 미온적 태도에 불만을 토로했다. 또 그는 “자비도 중요하지만 정의도 똑같이 중요하다. 마땅히 받아야 할 처벌이 가벼워진다면 이는 가해자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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