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역 봉사를 하는 외국인이 다른 외국인에게 의료진의 수지침 검진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공: 신천지자원봉사단 대구경북지부)

외국인 대상 무료 건강진료… 외국인 근로자 150여명 건강검진
대구남구자원봉사센터 “신천지와 힘 합쳐 자원봉사 지원할 것”
지역사회 관계자 “신천지예수교회가 지역에 있다는 게 ‘복’이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Bị đau ở đâu ạ? (어디가 아프세요?)”

베트남에서 온 A(32)씨는 통역사의 이 같은 물음에 눈시울을 붉혔다. 고국을 떠나 한국에서 일한 지 7년 동안 자국 언어로 아픈 곳을 물어보는 한국인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일 하다가 몸 아파도 그냥 참아요. 한국에서 돈 많이 벌어야 우리 가족 먹고 살아요. 너무 힘들 때는 가족들과 전화해요.”고향 스리랑카를 떠나 한국에서 온지 5년 된 B(27)씨는 수년째 대구 달서구의 한 제지공장에서 무거운 박스를 나르고 있어 만성적인 허리통증을 앓고 있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C(28)씨도 공장 일로 수년째 팔꿈치가 아파 늘 보호대를 차고 일을 해야 했다.

월급 대부분을 고국 가족들에게 보내는 외국노동자들에게 병원 진료는 사치다. 큰 마음먹고 병원을 가더라도 한국말이 서툴러 언어가 통하지 않아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어 아프더라도 참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신천지자원봉사단 대구경북지부(신천지자원봉사단)는 이처럼 몸이 아파도 병원 문턱을 넘기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튼튼프로젝트 ‘찾아가는 건강닥터’를 열었다. 지난 26일 신천지자원봉사단은 오후 3시께 대구 남구에 위치한 대구신천지다문화센터(대구SMC, Shincheonji Multicultural Center)에서 150여명의 외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를 진행했다고 28일 밝혔다.

165.3㎡(50여평) 남짓한 센터의 한편은 건강검진표를 들고 있는 외국인들로 가득 찼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몸무게와 키를 알지 못했다. 의료진은 이들의 콜레스테롤 수치와 뇌혈관 질환 등을 측정했고, 통역관은 각 나라 언어로 상세히 안내했다.

▲ 통역 봉사를 하는 외국인이 다른 외국인에게 양자분석기 검진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공: 신천지자원봉사단 대구경북지부)

◆ 스리랑카·방글라데시·네팔어 등 통역관 배치

이날 신천지자원봉사단은 의사와 간호사 등 전문 의료진 15명을 포함해 총 40명의 의료 봉사자와 스리랑카·방글라데시·네팔어 등 10명의 통역관을 배치했다.

의사와 간호사가 근로자들의 혈당·혈압 등 체크하고 증상에 맞춘 진료 시술과 더불어 약을 처방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어깨와 허리 등에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번 진료에 참여한 한 의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질환은 대부분 직업병이라고 설명했다. “12시간 이상 격무에 시달리니 (직업병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근골격계 뿐만 아니라 소화·호흡계 질환도 많은데, 음식이 맞지 않은 것이 큰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쉬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날 외국인 근로자들의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전문 마사지사들이 뼈를 교정해 주는 카이로테라피와 근육을 풀어주는 스포츠마사지였다. 20여분간 구슬땀을 흘리며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의료진에게 외국인 근로자들은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스포츠마사지 의료진 관계자는 “평생 이렇게 쉴 틈 없이 마사지를 해 본 적이 없었다”며 “솔직히 힘들지만 이분들의 고마워하는 눈을 보면 힘이 난다. 그래서 더 힘내서 주물렀다.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정말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 한 외국인이 봉사자의 마사지를 받으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제공: 신천지자원봉사단 대구경북지부)

이번 건강닥터 프로그램에서는 이침과 수지침, 압봉, 아로마테라피, 핸드마사지 등도 마련돼 외국인들의 진료를 도왔다. 의료진들은 자연의 향기를 통한 치료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면역 기능 향상과 더불어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지친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준 그대 품이 나의 집이죠. 세월을 걷다보면 지칠 때도 있지만 그대의 쉴 곳이 되리라. 세상이 등 돌리고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그대를 지켜줄게요.’

‘랄랄라’ 노래에 맞춘 오카리나와 하모니카의 아름다운 공연도 외국인 근로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옆에서 통역관을 통해 노래가사를 해석 받은 이들은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파키스탄에서 온 소헬(31)씨는 “이곳 팀장님과 선생님들은 우리 학생들(외국인 근로자)을 평등하게 그리고 가족처럼 대한다”며 “한국의 정이라는 게 얼마나 따스하고 끈끈한지 매번 느낀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센터가 열리는 매주 토·일요일만 기다린다는 정아(30·여·베트남)씨는 “정말 고맙다”며 “지금은 여기가 조국이자 집이다. 오늘 마사지까지 받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 외국인들이 양자분석기 검진 코너 앞에서 결과를 기다리며 집중하고 있다. (제공: 신천지자원봉사단 대구경북지부)

◆“지역 내 신천지교회 있다는 게 복”

이날 행사에는 이지형 대구남구자원봉사센터장과 박명희 대명10동장 등도 참석해 신천지자원봉사단의 노고를 격려했다.

이지형 센터장은 “항상 지역 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고, 더 나아가 자기나라를 떠나 외롭고 힘든 외국인들까지 손을 내밀어 진료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앞으로 남구자원봉사센터와 신천지자원봉사단이 힘을 합쳐 가치 있는 봉사활동을 하게끔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명희 동장은 “(대구 남구 지역에) 신천지교회가 있다는 것이 복이라고 생각한다. 현장 방문은 오늘이 처음인데 외국인 근로자들이 진정으로 즐거워하고 환하게 웃는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신천지자원봉사단 최명석 대구경북지부장은 “하늘의 빛과 비와 공기처럼 누구에게나 아낌없이 자원봉사의 참된 가치를 알리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앞으로도 신천지자원봉사단은 고향을 떠나 한국에서 생활하는 모든 외국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쳐 새 봄을 맞아 내리는 봄비처럼 값없이 받은 사랑을 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신천지자원봉사단 대구경북지부는 ‘화합·이해·감동·사랑’이라는 대주제로 지역 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건강닥터를 비롯해 한국어교육, 태권도, 기타 등 지역 내 소외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현재 신천지자원봉사단 대구경북지부에 등록된 외국인 수강생은 100여명. 이중 매주 평균 40~50명의 외국인들이 찾는다. 이들은 외국인들과 자체 체육대회를 열기도 하며, 새마을발상지인 청도에서 벽화그리기 봉사를 하고 지역 내 박물관을 돌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익혀가고 있다. 특히 2015년 5월 ‘대구컬러풀퍼레이드’에도 지역사회 일원으로 당당히 참가해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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