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손 의장은 이날 통합 기자회견에서 그의 지지자들에게 ‘손학규의 길’을 분명히 제시했다. 손 의장은 “이제 우리 국민은 정치권에 시민혁명을 완수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면서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서 정치권을 대개조하는 새판을 짜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헌법개정과 검찰 등 권력기구 개혁 그리고 ‘합의제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손 의장이 왜 다시 정치판에 뛰어들었으며, 왜 국민의당과 통합하게 됐는지를 간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권교체 3.0을 위하여

손학규 의장은 일찌감치 지금의 정치지형으로서는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남 강진의 한 토담집에서 칩거를 하면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시대적 소명의식을 떨쳐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젊은 시절, 그 후에는 정치학자로서 지켜봤던 우리의 정치현실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강단에서 정치현장으로 뛰어든 것 또한 우리 정치현실에 대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자 했던 소명 의식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손학규의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강력한 정치 기득권 세력은 결정적인 국면마다 그의 발목을 잡았다. 패권세력은 그 패권을 거부하는 그를 밀어 내기에 바빴다. 짧은 기쁨도 잠깐일 뿐 회한과 상처로 점철된 정치역정이었다. 끝내 정계를 은퇴하고 전남 강진으로 가는 그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자신의 실패보다 더 아팠던 것은 ‘절망의 정치’ 앞에 놓인 우리 국민의 삶에 대한 고민이 아니었을까. 평범하고도 너무나 평범한 ‘저녁이 있는 삶’에 박수를 보냈던 그 국민들을 뒤로 하고 정작 자신은 산골의 토담집으로 가야 하는 그의 운명 그 자체가 절망이 아니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다시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는 생각이다. 손학규 의장이 돌아와 더 강력한 목소리로 패권주의 청산과 정치판 자체를 교체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서 패권주의 세력까지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로의 정권교체는 결국 패권세력의 교체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다. 정권교체 자체가 민주화의 가치였던 ‘DJP 연대’는 이른바 ‘묻지마 정권교체’도 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논리라면 그것은 곤란하다. 당시보다 시점이 빨라졌고 또 국민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권교체 2.0’의 가능성은 분명히 커졌다.

그러나 손 의장은 패권세력 주도의 ‘정권교체 2.0’은 결국 패권세력 교체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권교체가 곧 패권세력의 교체가 아니라 정권교체가 패권세력을 청산하는 업그레이드 된 ‘정권교체 3.0’을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만큼은 정권교체라는 말로 대충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정권교체의 콘텐츠와 수준 그리고 그 시대적 가치까지 꼼꼼히 챙겨볼 일이다. 다시 돌아온 ‘손학규의 길’은 ‘정권교체 3.0’으로 통할까. 어쩌면 그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이 역사적 승부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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