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구매대행사 헌법소원
“현실도 모르는 산자부
영세상인 ‘범법자’ 만들어”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지난달 28일 시행 후 비난여론이 끊이지 않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이 결국 헌법재판소로 향한다. 구매대행 사업자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다.

1일 구매대행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안영신의 글로벌셀러 창업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안영신 소장은 “전안법이 구매대행업이라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충분해 헌법소원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달 중 전안법 폐지를 위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헌법소원과 더불어 법 개정을 위한 활동도 추진한다. 안 소장은 “국회의원들과도 접촉해 전안법 개정안 발의를 촉구할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토크콘서트 형식의 공청회를 진행하기 위해 전안법 폐지를 주장한 남경필 도지사와도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안법은 공산품에 대한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과 전기용품에 대한 ‘전기용품안전관리법’을 통합한 법이다.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데는 모든 관련자들이 동의했지만 문제는 안전인증, 안전확인, 공급자적합성확인 대상에 ‘인터넷을 통해 판매, 대여, 판매중개, 구매대행 또는 수입대행을 하는 사업자’가 새롭게 포함하면서 불거졌다.

▲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시행일지 및 설명.

법안대로라면 옷이나 액세서리 등 온라인 유통·판매자라면 예외 없이 모든 상품에 KC인증을 받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해야 한다. 특히 구매대행사업자는 말 그대로 구매만 대행해 제품을 송달해주는 서비스업임에도 온라인에 올린 모든 상품을 인증해야 하는 판매자로 보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법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업자가 고객이 구매한 제품과 동일한 상품을 사비로 구입해 인증을 받아야만 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안 소장은 “국세청이나 관세청에서도 서비스업으로 보는 구매대행을 산업통상자원부에서만 판매자로 유권해석을 한 자체가 불합리하다”며 “고객에게 제품을 바로 보내기 때문에 사업자가 물건을 갖고 있지 못함에도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자부가 현실은 무시한 채 지킬 수 없는 법을 만들어 6만 구매대행 소상공인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며 “헌법소원 청구인을 최대한 모집하기 위해 커뮤니티, 협회 등과 의견을 공유하면서 동맹을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오픈마켓 사업자들 역시 전안법으로 인한 국내 구매대행업의 실종을 우려하고 있다. 쿠팡, 11번가 등을 회원사로 둔 한국온라인쇼핑협회 관계자는 “법이 시행되면 현실적으로 구매대행을 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국내 영업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결국 아마존, 타오바오 등 해외에 서버를 둔 사업자에 소비자를 뺏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안법에 대한 불만 여론이 일자 산자부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지만 유예 대상을 모든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에서 생활용품 중 공급자적합성확인제품으로 바꾸는 등 혼선만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1년 유예는 의류 및 액세서리를 소매하는 영세상인의 불만만을 수용한 것”이라며 “국내 구매대행 업태의 현실을 반영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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