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자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임기 만료로 퇴직했다. 헌재소장의 공석으로 ‘헌법재판소장의 권한대행에 관한 규칙’에 따라 2월 1일부터는 헌법재판관 중 가장 먼저 임명된 이정미 재판관이 후임 소장 권한대행이 선출될 때까지 그 직을 맡았으니 헌재 사상 3번째 권한대행이다. 헌재에 계류 중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인해 많은 국민은 헌법재판소의 기능·역할에 관해 새삼 알았고, 정치권 등에서도 탄핵 결과에 대해 초미의 관심사를 보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에 이은 또 하나의 권력분립기관이다. 한 국가 내에서 발생되는 헌법에 관한 분쟁 등을 사법적 절차에 따라 해결하는 특별재판소로 우리나라에서는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에 헌법재판소제도가 도입돼 1988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헌재가 구성·운영되고 있지만 헌재소장의 임명절차가 늦어지거나 국회의 청문회 과정에서 거부당해 3차례의 소장 권한대행을 맞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그랬으니 박한철 소장 재임 때에는 위상을 높이려고 시도했으나 만족한 결과를 거두지 못했다.

헌재는 지난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헌재에 접수된 후 지금까지 진행된 탄핵 심리과정에서 신속·공정한 처리를 위해 안달하고 있다. 하지만 탄핵소추 측과 박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 측에서 한 치의 물러섬이 없는 공격과 방어가 계속되다보니 증인 채택 종결과 탄핵 결과에 대한 예측을 두고 말들이 많다. 특히 지난 25일 탄핵심판 9회 변론에서 자신의 임기를 6일 앞둔 박 소장은 “헌재 구성에 더 이상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늦어도 3월13일까지는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할 것”이라며 박 대통령 탄핵 선고 시한을 밝혔는바, 일부에서는 후임자의 영역까지 침범했다는 말과 함께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 헌재소장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도록 차기 소장의 임명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답답한 현실, 위헌적 상황을 보며 국회와 정치권을 향해 ‘책임 통감’을 일깨운 지적이라 하겠다. 그렇더라도 자신이 정한 선고일 그때에는 퇴임해 자연인이 되는 입장에서 대통령 탄핵 선고일자를 미리 못 박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인 것이다. 대통령 탄핵사건은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실체와 헌법·법률 위배 여부가 엄중히 심사돼야 한다. 시기의 신속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내용적·절차적 공정성이니 헌재는 이 내용들을 두루 충족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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