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원행스님)는 지난 8일 속개된 207회 정기회에서 지난 회기에 발의됐던 ‘총무원장 추첨제’ 종헌개정안과 승납 10년 이상의 비구·비구니 선거권 부여를 골자로 한 종헌개정안 등을 모두 차기 회의로 이월했다. 사진은 지난 3월 31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 불광사에서 종단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제1차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가 열린 가운데 ‘총무원장 선출제도’를 의제로 논의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총무원장 선거법 개정안 이월
내년 선거 현행법대로 치르나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계종 중앙종회(종단 입법기관)가 총무원장 직선제 방안이 담긴 종헌개정안 등을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한 채 차기 회의로 넘겼다. 직선제를 열망하는 종도들을 외면한 셈이어서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 집행부와 종회가 적극적으로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내년 10월 치러질 제35대 조계종 총무원장선거는 현행 제도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원행스님)는 지난 8일 속개된 207회 정기회에서 지난 회기에 발의됐던 ‘총무원장 추첨제’ 종헌개정안과 승납 10년 이상의 비구·비구니 선거권 부여를 골자로 한 종헌개정안 등을 모두 차기 회의로 이월했다.

두 종헌개정안을 내놓은 총무원장선출혁신특위원장 초격스님과 직선제특위원장 태관스님은 곧바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태관스님은 “직선제를 바라는 종도들의 열망을 안고 특위에서 심도 깊게 논의해 종헌개정안을 마련했다”며 “(종헌개정안이) 이월됨으로써 특위는 이미 동력을 잃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태관스님은 “이번 종회에서 종헌이 개정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직선제 도입이 어렵다. 더 이상 특위 위원장으로서 활동이 힘들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내년 3월 열리는 중앙종회에서 어떤 종헌개정안이 상정되더라도 총무원장선거가 불과 7개월여를 남겨둔 상황에서는 법개정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10월 치르는 제35대 총무원장선거는 현행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계종 현행 총무원장 선거제도는 24개 교구본사에서 선출된 240명의 선거인단과 중앙종회 위원 81명 등 321명의 선거인단이 투표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비구·비구니 10명 중 8명 직선제 찬성

하지만 조계종 종도(스님) 10명 중 8명은 총무원장 선출방식으로 ‘직선제’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납(승려가 된 햇수) 10년 이상인 스님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여서 의미가 적지 않다. 이러한 결과는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가 올해 상반기 전국을 돌며 직선제를 논의한 지역대중공사 참석자들의 응답(직선제 평균 선호도) 약 61%보다 더 높은 수치다.

직선제특위가 종도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80.5%에 달하는 805명이 직선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무원장 직선제 찬성 비율은 80.5%에 달했다. 비구(남자 승려)는 79.4%, 비구니(여자 승려)는 81.8% 찬성률을 보였다. 법계별로는 비구 대종사(승납 40년 이상) 40%, 종사(승납 30년 이상) 77%, 종덕(승납 25년 이상) 81.7%, 대덕(승납 20년 이상) 83.9%, 중덕(승납 10년 이상) 83.3%였으며, 비구니 명덕(승납 30년 이상) 81.8%, 현덕(승납 25년 이상) 85.2%, 혜덕(승납 20년 이상) 90.5%, 정덕(승납 10년 이상) 78.6%였다.

직선제에서 비구 중덕, 비구니 정덕 이상의 스님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데 대한 찬반을 묻는 의견에는 84.3%가 찬성 의견을 냈다. 비구 80.4%, 비구니 88.7로 비구니스님들의 찬성률이 다소 높았다. 중앙종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총무원장 직선제에 대해 알고 있는지 여부를 묻는 문항에서는 72.8%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8월 직선제특위는 ‘승납 10년 이상 법계 중덕·정덕 이상의 스님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안을 직선제 입법초안에 반영키로 했다. 개정안이 결의되면 비구 4372명과 비구니 4210명 등 모두 8582명이 직선제 선거인단에 들어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총무원장 선거법 개정이 쉽지 않은 만큼 현 집행부에 대한 출·재가자들의 불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불교청년회, 바른불교재가모임, 참여불교재가연대 등 10개 불교계 단체들은 올 상반기에 총무원장 직선제 선출안의 의안 상정과 결의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이들은 “대중공사 정신을 계승한 직선제는 계파정치의 폐해에서 생기는 금권선거를 막을 수 있다”며 “덕망과 소신을 갖춘 유능한 분이 총무원장으로 선출될 수 있는 우수한 선거제도”라고 직선제 법개정을 강하게 주장했다.

조계종 집행부가 직선제를 바라는 종도들의 열망에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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