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함양으로 들어간 항우는 궁궐을 불태우고 여자와 보물을 차지했다. 그런 다음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군사들을 되돌렸다. 

그는 회왕에게 관중 평정을 보고하자 약속대로 이행하라는 답신을 받았다. 항우는 회왕을 받들어 의제로 칭하고 자신도 왕이 돼야 했다. 그리고 수하의 장군과 대신들에게도 마땅한 왕으로 봉할 필요가 있었다. 그들에게 항우가 제안을 했다. 

“우리가 처음에 일어날 때에는 진나라에 반기를 든 대의명분도 있었으므로 임시로 제후의 후예를 왕으로 삼았소. 그러나 실제로 전쟁터에 뛰어들어 싸운 것은 여러 장군과 대신들,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이었소. 우리는 다같이 죽음을 무릅쓰고 싸워 전쟁에서 3년 동안에 마침내 진나라를 무찌르고 천하를 평정하였소. 의제께서는 전공은 없지만 왕으로 삼는 것이 좋겠소. 그리고 우리들도 왕으로 임명을 받아도 백 번 마땅하리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의 의견은 어떻소?”

“옳은 말씀이오.”

신하들은 모두가 찬성했다. 그러자 항우는 즉시 천하를 분할하여 장군이나 대신들에게 고루 각 지역의 왕과 후의 자리에 앉혔다. 

항우와 범증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라면 장차 패공이 천하를 차지하기 위해 넘보지 않을까 하는 근심이었다. 그렇지만 서로 이미 강화는 성립돼 있는 형국이며 무엇보다 우선 약속을 위반하면 제후들이 등을 돌리는 일이 염려되었다. 범증은 은밀히 계략을 세워 항우에게 말했다.

“파와 촉은 길이 험하여 교통이 불편하고 게다가 촉나라에는 진나라의 유배자들이 많이 들끓고 있지 않습니까? 패공에게 그 땅을 주시오.” 

“좋소, 파나 촉 땅도 관중임에 틀림없으니 회왕과의 약속을 위반하는 것도 아니니까. 문제가 없소.”

그리하여 항우는 패공에게 파, 촉 한중의 땅을 주고 한왕에 임명하고 남정에 도읍을 정하도록 했다.  

한나라 원년(유방이 관중의 왕으로 봉해진 해) 4월 제후들은 회수의 진영을 떠나 각지의 영지로 떠났다. 항우는 관중에서 귀국한 뒤 의제(회왕)를 다른 영지로 보내려고 그에게 사자를 보내 전했다. 

“예로부터 황제의 영지는 넓이가 천 리, 그리고 하천의 상류에 있어야 된다고 합니다.”

사자는 그런 구실로 의제를 장사의 침현(호남성)에 옮기기로 결정하고 수도를 떠나도록 했다. 그렇게 되자 황제를 섬기고 있던 신하들도 하나 둘 떠나 버렸고 의제는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결국 의제는 항우의 밀명을 받은 형산왕 오예와 임강왕 공오에 의해 장강을 건너는 도중에 죽임을 당하였다. 

한왕에 임명된 유방도 자신의 임지를 향해 출발했다. 그때 항우는 유방에게 병력 3만명만 이끌도록 허락했는데 의제 회왕이 항우가 보낸 자객에게 암살당하자 초나라의 지원병들을 비롯한 제후들의 병사 수만명이 순식간에 유방의 진영으로 모여들었다. 

한왕 유방은 두의 남쪽을 거쳐 나아갔는데 계곡 지대의 식중에서부터 유방의 한나라 군대는 자신들이 지나온 잔도(계곡 절벽 사이의 사다리)를 모조리 태워 버렸다. 제후들의 소속이었다가 한왕에게 모여든 병사들이 도망가는 것을 막자는 목적도 있었지만 또 한 가지는 다리를 없애 버림으로써 동쪽으로 돌아갈 뜻이 조금도 없음을 항우에게 알려 두는 것이었다. 

드디어 한왕 유방은 군사들을 이끌고 수도인 남정에 도착했으나 도중에 도망병이 많이 발생했다. 남아 있는 자들도 향수에 사로잡혀 제 고향의 민요를 흥얼거리는 형편이었다. 

한신이 유방에게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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