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이 커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여론은 심상치 않고 국회 시정연설에서 발표해 정치권을 격랑 속으로 몰아넣었던 개헌 동력도 현저히 떨어졌다. 정부는 개헌논의와 대국민사과는 별건이라면서 개헌 준비조직을 설치키로 결정했지만 대통령 탄핵설이 나오는 마당에 정부기관이나 국회가 순순히 협조할 리 없어 보이고, 여야는 특검에 합의했다. 

이와중에 노골적으로 대통령에게 아부하는 행보를 보인 곳이 있으니, 바로 한국의 대표 교회 연합단체라는 한기총·한교연이다. 한기총은 24일 대통령이 헌법 개정 제안을 하자마자 “개헌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용단을 지지한다”며 낯 뜨거운 ‘개헌 추진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24일 역시 개헌 지지성명을 냈던 한교연은 25일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이후 태도를 바꿨다. 한교연은 26일 논평에서 대통령에게 “국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사과한 후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불의와 단절하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번 한기총·한교연 성명 이후 일각에서 ‘종교단체는 정치적 의견 표명을 자제해야 한다’며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교회 연합단체의 이런 움직임은 ‘정교분리’를 명시한 헌법에 위배될 뿐더러,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바치라’며 정교분리를 제시한 예수의 가르침에도 배치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교계단체가 이런 정치적 의견 표명을 수시로 하는 것은 태생적 한계를 드러내는 셈이다. 한기총이 ‘5공 종교대책반 활동의 결과물’로 태생부터 군사정권의 지지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건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한기총 설립 멤버들은 전두환 대통령 재임시절 조찬기도회에서 국가원수를 축복하고 군사정권을 정당화했다. 한기총이 선거 때마다 보수당 후보를 지지하거나 대북 문제 등에서 보수정권을 지지하는 모습도 이런 태생적 특성과 무관치 않다. 

대통령의 일성에는 낯 뜨거운 지지서명을 발 빠르게 표하면서, 내부의 비리·문제 해결에는 너무도 소극적인 교계 연합단체의 행보는 한마디로 이율배반적이다. 바라건대 정권에 당부는 할지언정 아부는 말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종교 본연에 충실해 경서에 기록된 법과 세상 법부터 지켜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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