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의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과 관련해 지지부진하던 검찰 수사가 좀 더 속도를 낼 모양이다. 그동안 미르·K스포츠재단을 비롯한 최씨의 비리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가 수사를 맡아왔다. 그러나 사건 자체가 워낙 방대하고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형사8부가 맡았다는 점에서 당초 여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또 ‘털기식’의 하나마나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대검이 27일 밝힌 내용을 보면 최순실씨 관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기존의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외에 특수1부를 추가로 투입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영렬 본부장이 수사 결과를 검찰총장에게만 보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최씨 관련 의혹이 청와대까지 연루돼 있다는 점에서 외압 가능성을 어느 정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이 이미 ‘특검’ 수사로 방향을 잡은 뒤였다. 따라서 검찰의 대응은 ‘뒷북치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건 초기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게이트’ 수준의 초대형 사건이 될 것으로 봤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 사건을 형사8부에 배당했다. ‘등 떠밀려 수사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웠다.
게다가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최씨와 청와대 안종범 수석을 고발한 것이 지난달 29일이었다. 비리 의혹에 대한 증언과 정황들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검찰이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한 것이 일주일 만인 이 달 5일이었다. 물론 그 후에도 검찰 수사는 큰 진전이 없었다. 오죽했으면 국정감사에서 왜 압수수색을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지지부진하던 검찰 수사가 다시 정신을 차린 것은 JTBC가 박 대통령 연설문과 국정현안 등에 대해 최씨가 개입했다는 컴퓨터 파일을 공개하고부터였다. 아차 싶었던 검찰은 지난 26일, 고발사건이 접수된 지 27일만에야 최씨와 차은택씨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그러나 최씨가 이미 독일로 간 지 거의 두 달이 된 시점이었고 독일에서도 관련 증거를 없애고 있던 상황이었다. 국내의 여러 사무실 등은 대부분 말끔히 정리된 후였으며 핵심 관계자들도 대부분 잠적한 상태였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의 핵심은 774억원의 두 재단 모금 과정과 청와대 문건의 외부 유출이다. 그럼에도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에서 청와대가 제외됐다. 청와대 인사들의 자택도 빠졌다. 도대체 뭘 찾고, 뭘 수사하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뒤늦게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한 것도 결국 등 떠밀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예정된 ‘특검 수사’에 앞서 검찰이 무엇을 보여줄지 관심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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