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를 두고 야권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명명해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해 공격 고삐를 늦추지 않는 사이, 새누리당은 거국 내각 구성을 청와대에 제안했다. 대통령제하에서 일정 지분을 야권에게 내주어야 하는 거국 내각은 대통령도 받아들이기가 쉬운 정치 현안은 아닐 테지만 국민 불만이 드높은 현실에서 정치 격랑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여당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국정에 대한 국민 불만이 많을수록 집권 여당은 다양한 국민 의견과 야권 주장을 정리해 타당하고 실현가능한 사안들을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이번 일처럼 대통령이 의혹의 주인공인 최순실씨와 친한 지인 관계일수록 여당 대표는 세론(世論) 그대로를 대통령에게 전해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에도 불구하고 국민 의혹이 여전한 상황임에도 여당과 국민 입장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박 대통령의 사과 발언과 관련해 옹호성 발언을 했으니 국민과 당원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정현 당대표가 최순실 게이트가 지속되던 시기에 청와대에서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역임했으니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이 없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에서는 청와대와 내각이 전면 쇄신하는 마당에 여당만 인적 쇄신이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이정현 지도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어려울 때 그만두고 물러나는 것은 가장 쉬운 선택이다. 지금은 일단 난국을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으니 정국을 주도해야 할 여당은 대표 사퇴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정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측근 중의 측근으로서 평소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남다르다. 가뜩이나 이 대표는 최순실씨의 대통령 연설문 수정 건과 관련해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해 주변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처럼 대통령이 직접 연관된 일에서 이 대표가 정국 문제를 풀어가기가 어렵다고 우려하는 여당 내의 정치인들이 많다. 정당의 정책과 당무는 대표 개인의 능력으로 일궈지는 게 아니라 지도부 등 집단지성(集團知性)에 의해 능력이 발산되는 것이니 이 대표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행동으로 결단해야 한다. 그것이 정당을 살리고 국민여론에 동승하는 선장의 책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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