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40대 남성이 굴착기를 몰고 들어가다가 이를 제지하는 경비원이 다치고 시설물 일부가 파손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조사를 통해 나타나겠지만 드러난 내용으로는 전날 국정농단 의혹이 있는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검찰청사에 출두하면서 “죽을죄를 지었다”고 했으니 그 남성이 죽는 것을 도와주러 왔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 단순 해프닝 같은 사건의 내면에는 대한민국의 국법질서를 흩트리고 국정을 마비시킨 ‘최순실 게이트’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걱정거리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최순실씨에 대해 검찰은 48시간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긴급체포 법정시한인 48시간 내에 범법행위를 규명하고 구속하기 위해 검찰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최씨 관련 의혹 중에서 적용 가능한 죄명을 골라내는 수사인 바, 현재 알려진 혐의로는 ▲대통령 연설문 등 정부 기밀문건 열람 의혹 ▲비선실세로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주요 인사 개입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기금 유용 의혹 ▲딸 정유라(20)씨의 이화여대 입학과 독일 보유 재산의 출처 등이다.

검찰에서는 수사본부를 확대하고 최씨가 저지른 국정농단 의혹 전반에 대해 한 점의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각오다. 이미 이 건과 관련된 수사 과정에서 부실 수사이고 최고 권력의 눈치를 본다고 여론의 뭇매를 맞은 데다가 자칫하다가는 특검 실시 등 검찰의 위상과 관련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청와대에 대한 뒤늦은 압수수색이나 최씨 입국 당일 긴급체포 등을 하지 않아 증거 인멸 등이 이루어지지 않나 하는 국민 우려가 따랐고,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 여부 등도 학계와 법조계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대목이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야당으로부터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 문제가 야기됐을 때 김현웅 법무장관은 “불소추 특권은 수사도 받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게 다수설”이라며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법학자들은 기소는 안 돼도 수사는 가능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데 문제는 검찰이 최씨 관련 의혹의 실체를 제대로 파헤치는 일이다. 검찰수사 후 다시 ‘특검’ 말이 나오지 않도록 검찰은 명운을 걸고 국정농단 의혹을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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