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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산길·물길 따라 느릿느릿… 맑은 바람도 밝은 달도 쉬어간다
임태경 기자  |  haewool@newscj.com
2016.09.22 16: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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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봉산 정상에 오르면 청풍호의 아름다운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비봉산 정산에서 바라본 청풍호 모습.

내륙에 숨은 바다 ‘청풍호’… 유유자적 흐르는 이국적인 풍경
모노레일 타고 오르는 비봉산… 들쑥날쑥 리아스식 지형 압권
느릿느릿 노 저어 만난 옥순봉, 남한강변 흔적 청풍문화재단지

[천지일보=임태경 기자] 한반도 동서를 가로지르는 민족의 대동맥 남한강을 사이에 두고 크고 작은 산들이 솟아있는 제천은 예로부터 ‘바람이 맑고 달이 밝다’하여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고장으로 불렸다. 청풍호를 중심으로 이어진 제천의 물길은 그 이름값처럼 대자연의 아름다움이 숨 쉬고 있다. 자연이 빚어낸 산세는 느리면서도 유유자적 흐르는 청풍호와 맞닿아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고, 하늘로 치솟은 고봉과 이국적인 풍경을 지닌 호반의 절묘한 조화는 12폭 병풍을 둘러친 듯한 감동을 자아낸다. 옛 선조들은 그 절경을 시로 읊고 그림으로 담아냈다. 풍속화의 대가인 김홍도도 산자수명(山紫水明, 산빛이 곱고 강물이 맑다)한 절경에 감탄해 청풍호의 옛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고 한다.

느림의 여유와 자연의 절개가 느껴지는 제천 청풍호. 그 느림의 미학을 따라 발길을 옮겨봤다.

   
▲ 금강산 만물상을 닮은 금월봉.

◆작은 금강산 금월봉

중앙고속도로에서 남제천 IC를 빠져나오면 구불구불 펼쳐진 호반길을 만나게 된다. 굽이치는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모퉁이 언덕에 신묘한 기암괴석 무리와 마주친다. 바로 ‘금월봉’이다. 금월봉 바로 옆에 휴게소가 있어 여행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차를 세우고 발길을 옮긴다. 바위의 기괴함과 힘찬 모습이 마치 금강산 일만 이천봉을 축소해 놓은 듯한 광경에 사람들은 이내 사진 찍기에 몰두한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뾰족한 바위산은 신비로움을 넘어 신령스럽기까지 느껴진다. 정돈된 길을 따라 금월봉을 오르면 청풍호의 그림 같은 모습이 한눈에 펼쳐진다. 금월봉은 채석작업을 하기 위해 흙을 파다 우연히 발굴됐다. 필요한 점토를 골라내 파다 보니 지금과 같은 모습의 바위산이 형성됐다. 자연의 신비가 수억년의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세상의 빛을 보았다.
   
▲ 비봉산 정상은 모노레일을 타고 20여분이면 갈 수 있다. 비봉산 모노레일 모습. (제공: 제천시)

◆비봉산 정상에서 내륙의 바다를 만나다

금월봉의 여운을 뒤로 한 채 청풍호 풍경을 조망하고자 비봉산으로 향했다. 청풍호 주변에는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산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 청풍호의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산을 꼽으라면 단연 비봉산을 꼽을 수 있다. 새가 알을 품고 있다가 먹이를 구하려고 비상하는 모습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비봉산은 청풍호 중앙에 위치해 주변 산이나 봉우리 중에서도 조망이 가장 뛰어난 곳이다.

비봉산 정상은 모노레일을 타고 오를 수 있다. 승강장에서 6인승 모노레일을 타고 20여분이면 정상에 도착한다. 모노레일은 90도에 가까운 경사가 몇 군데 걸쳐 지속된다. 승강장을 출발하면서부터 몸이 뒤로 급격히 쏠려 아찔함이 더해진다. 앉아서 간다기보다 누워서 하늘을 구경하며 가는 듯하다. 그렇다고 위험이 느껴지지 않는다. 모노레일은 달팽이가 나무에 기어오르듯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이다.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며 주위 경치를 감상하면 이내 정상에 이른다. 정상에 오르기 직전 또 한 번 하늘 구경을 한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활용되는 비봉산 정상에 서면 탁 트인 조망이 압권이다. 태백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 물줄기가 산자락 구석구석을 스미며 비봉산을 휘도는 형세로, 사방을 감싼 물줄기로 인해 섬처럼 느껴질 정도다. 높은 산줄기 사이로 물과 땅이 겹쳐 있는 이국적인 모습과 들쭉날쭉한 리아스식 지형은 조물주가 붓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 놓은 듯해 마치 노르웨이의 피요르드가 연상된다. 하늘과 맞닿은 잔잔한 호수의 물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비상하는 새처럼 어디든 날아서 갈 수 있는 자유인이 된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거대한 호수는 1985년에 갑자기 생겼다. 충주댐이 완공되면서 내륙에 숨은 바다를 만들어냈다. 청풍호가 자리한 곳에 흐르는 남한강의 옛 이름은 파수(巴水)였다. 청풍 사람들은 이 파수를 청풍강이라 불렀다.

   
▲ 옥순대교 밑에서 관광객들이 카누 체험을 하고 있다.

◆노 젓는대로 가는 카누·카약 체험

청풍호로 들어가 근경에서 감상하기 위해 옥순대교 남단의 ‘청풍호 카약·카누 체험장’을 찾았다. 처음 접해보는 카약 체험이지만 노 젓는 방법만 알면 어린이도 즐길 수 있을 만큼 쉽다. 안내자의 인도에 따라 옥순봉과 옥순대교 돌아오는 게 일반적인 코스다. 청풍호 최고의 절경 중 하나인 옥순봉은 퇴계 이황이 이름을 지어 달라는 동행들의 소청에 따라 그 모양이 죽순(竹筍)과 같다 하여 지은 이름이다. 연풍(지금의 괴산군 연풍면) 현감으로 부임한 단원 김홍도도 옥순봉의 절경을 화폭에 담아냈다.

마음 가는 대로 노를 저으며 시속 7~8㎞의 속도로 나아가다 보면 옥순봉 코앞까지 이른다. 거대한 암봉 아래 있노라면 한 폭의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안내자가 보트를 타고 인위적으로 일으키는 너울을 뚫고 나가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 충주댐 수몰 지역 각종 문화재를 한곳에 모아 조성한 청풍문화재단지 모습. (제공: 제천시)

◆수몰민의 애환 서린 ‘청풍문화재단지’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청풍면을 중심으로 한 5개면 61개 마을이 수몰되자, 수몰 지역 각종 문화재를 한곳에 모아 조성한 것이 청풍문화재단지다. 이곳에서는 문화재를 포함해 각종 고택과 수몰역사관, 유물전시관 등이 있어 남한강변 삶의 흔적을 체험하고 구경할 수 있다.

문화재단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팔영루’를 지나야 한다.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35호인 팔영루는 조선시대에 청풍부를 드나드는 관문이었다. 입구로 들어가면 악귀를 물리친다는 호랑이 그림과 마주친다. 천장에 그려져 있기에 무심코 지나가면 못 볼 수도 있다.

팔영루를 지나 수몰되기 이전의 마을의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수몰역사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수몰역사관에는 수몰 이전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전시해 놓고 있었다. 출향인들에게 고향의 옛 모습을 전해주고 관광객들에게는 고향의 향수를 자극한다.

전시관을 나와 언덕을 오르면 고려 충숙왕 때 지운 한벽루(보물 제528호)와 만난다. 한벽루는 보수공사로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기에 관람할 수는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바로 옆 관청 건물인 금병헌으로 향했다. 금병헌에는 포졸과 사또 인형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건물 앞에는 곤장대가 설치돼 있고, 포졸 인형이 마치 누워보라는 눈빛을 보내는 듯해 옛 관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발길을 돌려 문화재단지 정상에 있는 망월산성으로 행했다. 망월산성 가는 길에는 사랑나무라 불리는 연리지가 있다. 뿌리는 같지만 가지가 두 갈래로 갈라져 자라다 다시 한 가지로 만난 기묘한 모습에 가는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한다.

연리지에서 급경사로 이뤄진 계단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망월산성에 도달한다. 망월산성은 청풍문화재단지 가장 높은 곳에 있어 청풍호에 둘러싸인 문화재단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오색 깃발 사이로 보이는 호반과 청풍대교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 모든 시름이 잊혀진다. 수몰의 애환을 담은 강물은 말없이 흐르고만 있었다. 

   
▲ 청풍호를 따라 이어진 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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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1)
양려희
2016-09-22 19:36:56
찬성:0 | 반대:0 찬성하기 반대하기 삭제하기 신고하기
외국도 아름다운 곳이 많지만 우리나라
외국도 아름다운 곳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전국이 다 아름다운것 같아요
전체기사의견 보러가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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